뚜벅이는 뚜벅뚜벅 - 당일치기 인천역 주변 나들이

차이나타운과 월미도, 동화마을 풀코스

by Peach못한
바다가 보고 싶다


피크민블룸을 켜고 걷는 것이 일상이었던 어느 날.

늘 같은 시간, 앱이 나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


격려인 듯 면박인 듯


이 날은 '나는 핸드폰입니다'를 연재 시작한 날로서,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숭숭한 생각에 휩싸여 있던 때였다.

0걸음이 아니어서 다행이기도 했고, 오히려 더 민망하기도 했다. 굳이 피크민들과 돌아볼 하루도 없었고. 스스로를 반성하며 그냥 조용히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중요한 오전 볼일을 끝낸 후, 털려 있는 멘탈을 대강 추스른 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 어디 가고 싶니?'


마음이 외친다.

'그냥 딴생각 말고, 계획했던 곳이나 가자.'


오케이.


전해질 가득한 식사


이온음료를 한 병 사들고 지하철을 탄다.


미칠 듯이 바다가 보고 싶었다.

출렁이는 바닷물과, 그 위로 3자를 그리며 파닥파닥 날갯짓하는 갈매기들이 그리웠다.

잡생각을 바닷물에 띄워 보내 버리고 대뇌를 텅 비게 만든 후, 그 공간을 카페인으로 채워 버리고 싶었다.

마음이 힘들 때 침대는 눈물을 끌어내고, 바다는 희망을 끌어낸다.

이 날의 나의 가슴은 바다가 절실히 필요했다.


때마침 나에게는 국가 유산 방문자 여권과 한국관광 100선 스탬프 여권도 들어 있었다.

안 가더라도, 가지고 다녀야 마음이 편한 것들.

좋아. 마음먹었던 대로 인천역으로 향하자.


인천역 박제


인천역 관광 안내소에 가서 한국관광 100선 여권에 스탬프도 하나 콩 찍어 준다.

인천인데 서울에 잘못 찍은 것은, 사진을 찍고 나서 한참 후에야 알았다.

음. 망했어요.



패루를 패-스루(pass through)하다


올 때마다 찍게 되는 이것


인천 차이나타운에 올 때마다 늘 정해진 순서 중 첫 번째.

평소처럼 패루(중국식 전통문)를 한 컷 찍어준 뒤, 오르막을 천천히 걷는다.

예상 도착시간이 점심이 약간 지난 시간이 될 것이라, 인천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브레이크타임이 없는 중국집을 미리 찾아 두었었다.

오늘은 하얀 짜장이 아닌, 저렴한 짜장으로 간다.


6,000원짜리 짜장면 한 그릇


손님이 거의 빠진 중국집 안으로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는데 역시나 저렴하다.

예의상 군만두라도 시켜야 하는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좋아하지도 않는 만두를 죄송해서 시키기에는 남길 게 뻔하니 더 죄송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고, 탕수육은 양도 많고 비싸고.

미니 사이즈가 있었으면 시켰을 텐데.

결국 고민 끝에 짜장면 한 그릇 주문. 조금 있으니 살짝 얇고 미끈한 면발 위에 짜장이 얹어져 내 앞에 놓였다.


킁킁.

달큰하고 고소한 짜장 소스 안에 적당히 분포된 작은 고기들.

위에는 옥수수도, 완두콩도 얹히지 않은 - 정말 딱 옛날 느낌의, 소박한 동네 중국집에서 볼 법한 짜장면이다.



완면.

달큰하니 술술 들어갔지만 양은 좀 부족했다.

다 먹고 나니 생각이 났다 - 곱빼기를 시켜볼 걸 그랬나?

음식을 잘 먹지만 의외로 양이 많은 편은 아닌 나는, 어딜 가서 '특'이나 '곱빼기', '사리 추가'를 시킨 경험이 없다시피 하다.

다음에 여길 또 온다면 곱빼기를 시켜봐도 될 법한 양이다.

살짝 아쉬운 마음을 다독이며 일어선다.

이따가 화덕만두를 하나 사 먹으면 되니까.


분명 나는 힘들어서 바다를 보러 온 건데.

그렇다 치기에는 위장이 너무 활발해서 송구스러웠다.



짜장면 박물관



중국집 근처에 있는,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짜장면 박물관에 즉흥적으로 향해 본다.

루틴화 되어 단조로운 인천 나들이에 한 가지의 변주가 생긴 셈이다.


여러 박물관을 한 번에 결제하면 조금 저렴하다


예전 공화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개관한 짜장면 박물관답게, 입구 쪽에는 '공화춘'이라는 한자가 적혀 있다.

이곳은 국내 최초의 짜장 테마 박물관으로서 6개의 상설 전시관과 1개의 기획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인천에는 여러 박물관이 있는데 통합 관람권을 끊으면 인천 개항 박물관, 짜장면 박물관, 한중 문화관 등 여러 곳을 방문할 수가 있다.

나는 월미도를 가겠다는 목적이 있었으므로 짜장면 박물관 한 곳만 결제 완료.



입장료는 1천 원이다.

손목에 둘러야 하지만, 그냥 바로 들여보내 주셨다.

덕분에 구겨지지 않은 깔끔한 입장권을 다이어리에 붙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먹고싶게 생겼다


1930년대 전시실. 마네킹이 하얀색이다 보니, 음식에 더욱 포커스가 잘 맞춰져서 좋았다.

이것이 이 짜장면 박물관의 컨셉이구나, 기발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처음 부분만 그렇다.

내심 아쉬웠다.


혼분식 장려운동


국민 식생활 개선을 위한 계몽 운동으로 벌인 혼식, 분식 장려운동에 관한 설명.

빵, 과자, 면. 조상님들 덕에 요즘의 나는 맛있는 빵과 면을 즐겨 먹고 있다.

그래서 가끔 주객전도가 일어나는데, 이실직고하자면 지금 쌀밥을 안 먹은 지 며칠은 된 것 같다.

한국 사람은 밥심이라는데.

사실 나는 밥을 안 먹어도 힘이 잘 나고 뭐가 되었든 배만 부르면 되는 타입이다.

tmi를 풀어 보자면, 어제저녁 식사는 양배추와 계란, 호박을 잘게 썰어 프라이팬에 부쳐 먹었다.

오늘 아침은 어린잎 샐러드랑 찐 양배추와 쌈장. 그리고 보리차.



포토존으로 추정되는 장소 한 컷.

졸업식 날은 역시 짜장면이지.



짜장라면의 역사.

생각보다 종류가 많다.


이 중에 내가 먹어본 것은 4개 정도인데, 이걸 다 드셔본 분도 물론 계실 것이다.



짧았지만, 그래도 볼거리 쏠쏠했던 짜장면 박물관.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인 것 같았다.



월미도로 가자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월미도에 갈 생각이다.

예전에는 40분 정도를 걸어갔었는데, 살짝 귀찮은 마음에.


인천역 앞 정류장에서 타면 된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류장 앞에는 삼삼오오 짝을 이룬, 선글라스를 낀 커플들이 참 많았다.

달콤하게 호칭을 부르시는 그들은, 버스 안에서도 타인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긴 그중에 다른 무리는 나 한 사람밖에 없었긴 하다.



슬펐던 것은, 그들과 나의 목적지가 같은 곳이라는 점이다.


얘네들이 원래 있던 애들이었던가


사진은 평화로이 찍은 느낌이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너무 시끄럽고 정신도 없고.

무엇보다 화끈거리는 민망함에 눈을 둘 곳이 없었다.


5월은 역시, 괜히 계절의 여왕이 아니다.

여기저기 꽃피는 생동감이 아주 그냥.



조용한 곳으로 걷자.



내가 무서워하는 나선형 계단도 한 컷 찍어 보았다.



바다를 보며 카페인 섭취를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일단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구매하였다.



월미도 바다 열차.

성인 기준 평일 11,000원 / 주말 14,000원.

일본에서였나 이런 모노레일을 한 번 타본 적은 있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아련한 기억 저편의 일이 되었다.

나중에 이 풍경이 궁금해지면 타 봐야겠다고 조용히 다짐.

그런데 이런 탈것들 (관람차, 바다 열차)은 커플들에게는 로맨스 영화이지만, 고소공포증 있는 나에게는 생존 영화 아닐까...?


커피를 다 마신 후 놀이공원에서 디스코팡팡을 타고 계시는 1인 탑승객을 주변 시야로 바라보며 버스정류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송월동 동화마을


2월쯤 송월동 동화마을에 온 적이 있다.

그때는 눈길에 미끄러워서 오르막을 바라만 보다가 돌아와야 했다.

이번에 다시 도전.



여백의 미가 없이 꽉꽉 꾸며진 송월동 동화마을.

화려한 색상으로 알록달록 칠해진 벽, 그곳에 달린 문을 열고 나오시는 분들은 대개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라는 점이 신선한 반전감을 주었다.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다.

어딜 찍어도 화려해서 모든 장소가 포토존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세월을 알아버린 피터팬.

그리고 뭔가 말할 수 없는 광경을 본 듯한 표정의 나무.


곳곳에서 설정샷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커플 분들을 수차례 마주쳤다.



황제의 '계단'.

나는 계단 공포증이 있다.

이곳은 늘 바라보기만 하고, 한 번도 올라가 본 적이 없다 - 균형을 의지할 난간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꼭 올라가 보리라 N번째 다짐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긴다.



화덕만두를 하나 사 먹으며 배를 채운 후, 인천역으로 향하며 당일치기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생각 정리를 하러 갔던 바다.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품고 왔던 날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역시 바다를 보는 것은 좋다.

다음번에는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영종도를 가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