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에 걸쳐서
꽃이 좋은 나이
작년부터, 꽃이 참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가 푸릇한 풀도 예쁘고 잔잔한 꽃도 좋고.
화려한 꽃은 너무 부담되어서 싫은데 그와 관계없이 장미는 묘한 설렘을 준다.
향수도 장미향을 선호한다, 달콤한 향이 좋다.
그러므로 나는 장미 축제를 찾아간다.
설렘을 충전하기 위하여.
서울대공원 장미축제 직전 방문
'2025 서울대공원 장미축제'는 2025.05.31부터 2025.06.08까지, 서울대공원 내에 있는 장미원에서 열린다.
즉 - 지금도 축제 기간 중이다.
나는 축제 기간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릴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에 미리 방문했었다.
아래 사진들은 장미축제 열리기 전인 5월 28일에 방문해서 찍은 사진들이다.
음.
생각보다 휑한걸.
꽃이 피었기는 한데 안 핀 것들이 더 많다.
어쩔 수 없다, 아직 준비 기간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여백의 미가 존중되고 있는 장미원.
분위기가 이래서인가, 장미원 내에 있는 호수마저도 휑해 보이는 마법.
장미를 볼 수 있어 좋았으나, 사실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았다.
잠깐 앉아서 쉬는 중에 한 컷.
tmi를 하나 풀어 보자면, 나의 브런치 매거진 Peach못한 생각에 올라와 있는 '주머니 속 친구, 챗GPT'의 고향은 여기이다.
여하튼 장미원은 뭔가... 좋긴 했으나 너무 허전했다.
그래서 축제 기간 중 다시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두 번째 방문
2025년 6월 4일.
아침 병원 진료를 마치고 기분 전환 겸 다시 서울대공원을 찾았다.
아침을 먹지 않았기에, 아침 겸 점심 도시락도 하나 챙겼다.
삼각김밥 왕대박 사이즈.
김밥을 먹고 싶었으나 작은 김밥 한 팩에 5,000원이라는 가격을 듣고 나니 자연스레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나를 발견.
가격만 여쭤보고 발길 돌리기 죄송했지만 나라는 사람은 가성비가 우선이기에.
성인 1명.
테마가든 입장권을 받고 장미원으로 향했다.
지난번보다 방문객이 좀 더 많고, 못 보던 아이들이 여러 개 생긴 것을 발견했다.
이 조형물은 왠지 낯설었다.
(원래 있던 녀석이라 하면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
확실히 며칠 전에 비하여 장미꽃이 성수기를 맞았다.
각자의 개성을 뽐내듯 활짝 피어 있어서 보고 있는데 내 어깨가 덩달아 활짝 펴지는 느낌을 받았다.
방문객이 많다 보니 사람 없는 사진을 찍으려면 장미꽃 접사밖에는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풍경에는 사람들이 한두 명 이상은 담겨 있다.
얼굴 모자이크를 한 후 한 번 올려 본다.
어쩜 이렇게 같은 장미꽃인데 묘하게 다른 색을 지니고 있을까.
하긴, 사람도 모든 게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지 아니한가.
꽃들도 다 같아 보이지만 묘하게 빛깔이 다르다.
그러고 보니 사람은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꽃들도 마찬가지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지만, 한 자리에 붙박이로 있다가 생을 마감하는 꽃들은 도플갱어를 만나러 여행하는 순간 이미 생명이 다하는 것 아닌가. 뿌리가 뽑힐 테니.
암튼.
다양한 포토존들이 생겼다.
조금 더 머리숱이 풍성해진 아치들.
정수리가 비어 있는 것이 조금 마음 아팠다.
머리숱이 많이 없다 보니 이런 것에도 가끔 감정 이입이 되곤 한다.
장미원 안에는 여러 가지 구경할 곳, 앉아있을 곳들이 있어서 사실 테마가든 표 한 장만 끊어도 휴식하며 보내기에 꽤 괜찮은 구성 같다.
밥을 먹을 곳도 있고 말이다.
다만 테이블 근처에는 쓰레기통이 없어서 삼각김밥을 둘러싼 저 비닐을 꽤 오래 들고 다녀야 했다.
바람이 부니까 풍경 소리도 좋다.
테마가든 중 장미원을 벗어나면 이렇게 호수도 있고 시골풍경도 보이고 한다.
이 사진을 찍으며 가을철 논에 가 보고 싶어졌다.
나는 서울 토박이여서 시골이 없다.
성인 되도록 개구리를 오프라인으로 본 적도 없었다.
초등학교 때 체험학습으로 키우던 올챙이들은 보통 뒷다리가 나오는 시점에서 생을 마감하기에.
마치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들처럼 말이다.
나는 초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데려온 병아리 한 마리를 기적적으로 수탉이 될 때까지 키워내는 데 성공했었다.
새벽에 꼬꼬가 우는 소리에 맞춰 기상하곤 했다.
그리고 성체가 된 꼬꼬와 시간을 같이 보내 정이 들어 버린 어느 여름날, 우리 꼬꼬는 할아버지의 냉면 그릇에 담긴 채로 내 앞에 등장했다.
그날 사라져서 한동안 동네를 찾아다녔는데.
그러고 보니 집에서 키우던 우리 멍멍이가 사라져서 동네를 찾아다녔던 적도 있다.
그때도 개장수가 훔쳐갔다고 해서, 돌아다니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지금 떠올려 봐도 참 씁쓸한 기억이다.
시골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을 접하면 내 머릿속에는 가상의 시골풍경이 펼쳐지곤 한다.
가상의 내가 올챙이를 잡는 장면,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듣는 장면.
밤하늘에 쏟아질 듯한 별을 평상에 누워서 보는 장면 등을 말이다.
잠깐 상상 속에 빠졌던 나는 이내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스탬프투어도 하고 싶었는데, 스탬프 중 하나는 장미원에서 찍을 수 있고 나머지 2개는 동물원 티켓을 끊어야 찍을 수 있다고 한다.
장미원에서 찍은 첫 스탬프가 너무 존재가 미미해서 (잉크가 다 말라 있었음) 살짝 시들해진 나는, 동물원은 포기하기로 했다.
이미 5월 28일에 동물원을 한 바퀴 거하게 돌고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록달록한 이곳은 내가 좋아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바람개비를 보면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을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몽글 피어오른다.
나중에 뚜벅이 여행으로 임진각도 한번 가 보고 싶다.
뚜벅이는
뚜벅뚜벅.
두 번에 걸친 장미원 장미축제 나들이는 끝.
장미는 색상 별로 서로 다른 꽃말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사랑, 순수, 감사, 우정 등.
온갖 좋은 말들에 둘러싸인 장미들이 단체로 모습을 뽐내고 있는데 장미 축제는 단연 좋을 수밖에 없지 아니한가.
2025 서울대공원 장미축제는 5월 31일부터 6월 8일까지, 서울대공원 장미원에서 열린다.
오늘은 6월 6일이니 축제 기간이 3일 남은 셈이다.
가족, 연인과 함께 가도 좋고 물론 혼자 가도 괜찮은 곳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