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출해 낸다

드립커피 같은 링거에서

by Peach못한

수술 후 병실에 도착하여 정신을 차려 본다.

체가 흐르는 러 개 달려있다.

진통제가 섞인 수액도 있고,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진 마약성 무통 주사도 있고.

처음 겪는 대형 피주머니도 두 개 달려 있다.


가만히 누워서.
수액이 한 방울씩 똑 똑 떨어지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
코 끝에 퍼지는 알싸한 향을 제외하면

그 모습이 마치 드립 커피 같기도 하여

왠지 모르게 시선이 간다.


커피와 링거는 참 많이 닮았다.

몸 안으로 들어오면 기운이 난다.

방울져 떨어지는 모습 봐도 봐도 안 질린다.
그리고 인스턴트가 아닌 드립은 꽤나 비싸.

, 또 있다.

커피든 링거든 몸 안으로 들어오는 시점에는 굳이 식사가 필요 없 간편하다.


커피 마찬가지로

나도 여러 종류의 수액 블렌딩 다.

코 끝에 알싸함이 가 된다.

좀 고급 느낌인걸,

왠지 어른이 된 것 같다.


커피 맛을 궁금해하던 아이는

이제는 커피를 끊어야겠다 다짐하는 어른이 되었다.

병원에 있으면 보호받는 느낌이 들었던 아이는

이제는 병원비 걱정에 원을 서두르는 어른이 되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저 수액은 내게는

커피일 수도, 눈물일 수도 있다.

통증을 조절하는 약물이 담긴 저 팩은 내게는

삶의 농축액일 수도 있다.

빠르게 섭취해서는 효과를 볼 수 없고

시간을 들여 한 방울씩 천천히 맛보아야만 한다.

혈관에 느껴지는 맛이 참 쓰다.

써서 눈물이 난다.

피눈물을 흘린다는 게 이런 것일까,

몸은 컸지만 마음은 아직도 덜 자란 어른인 탓에 모르는 것이 많.

미간을 살짝 찡긋,

다시금 퍼지는 알싸함에 코 끝을 찡긋.

쓰디쓴 생각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갸우뚱해 본다.


뭐 어쨌거나 삶이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진다.

삶의 한 팩이 끝나고 나면

내가 조금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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