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나는 슬럼프라고 합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만큼이나
죽지도 않는 존재가 바로 나예요.
나는 사람들의 격한 환대를 즐겨요.
온 힘과 정성을 다해,
진심으로 나를 받아들이는 자들을 참 사랑해요.
누워서 여러분들과 함께
조곤 조곤 이야기하는 그 순간이 찐행복이거든요.
그리고 여러분들은 대체로
내가 놀러 가면
다들 누운 채 편안히 말을 건네더라고요.
격식 없는 편한 대화 - 그게 내가 원하던 거예요.
굳이 예쁜 옷 입지 않고 굳이 섀도우 안 바르는
꾸밈없는 그 모습을 보며 삶의 이유를 찾는답니다.
그러니 여러분,
내가 찾아갈 때는 굳이 다과 같은 거 준비하지 마요.
단거, 매운 거 괜히 건강만 해치니까.
아 그리고 냉수도 사실 별로 안 좋아해요.
난 살짝 정줄 놓을 수 있는 몽롱함을 사랑하니까.
근데 왠지
다들 내가 찾아가면 귀찮고 싫다고만 하더군요.
에이, 거짓말하지 말아요.
정말 싫은 상대를 침실에 왜 들여요? ㅋㅋㅋㅋ
사실 여러분들,
그 누구보다 나를 기다렸죠?
금방 가려고 해도
자꾸만 나를 붙잡던데?
놓아주려고 해도,
자꾸 여러분들이 여지를 남기잖아요.
만약에 진짜 내가 귀찮고 싫으면
오지 말라고 욕하지 말고
내가 찾아가건 말건 묵묵히 할 일 하고 계세요.
나도 양심이 있어서, 바쁜 사람 안 건드려요.
그리고 사실 나 엄청 소심함 ㅇㅇ
그러니까 여러분,
나 너무 싫다고만 하면 정말 슬퍼요.
그리고 내가 찾아갔더라도
빨리 자리 뜨게 하고 싶으면
일상의 아주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하고 계세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할 수 있는,
정말 정말 사소한 일들 말이에요.
아까도 말했듯, 나도 눈치가 있기에
바쁜 사람에게는 오래 안 있어요.
뭐 가끔 잘 지내나 궁금하면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는 있겠죠.
이래 봬도 잔정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여러분,
뭐가 됐든 꾸준히 해 봐요.
그리고 나 필요하면 부르고요.
금방 갈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