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는, 작년에 다녀온
이번 회차는, 작년에 다녀온 여주 폰 박물관 후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한동안 외출을 못 하기도 했고, ‘나는 핸드폰입니다’ 연재가 끝나기도 해서요.
겸사겸사 추억을 꺼내볼까 합니다.
경강선을 타다
2024년 5월의 어느 날.
아침부터 나는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판교에서 뻗어 나가는 경강선은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데, 플랫폼에서 이 친구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하게 골인(?)하여 자리에 털썩 앉고 나니, 문이 서서히 닫혔다.
이걸 타지 않았더라면 20분을 기다릴 뻔했다.
감사합니다... ㅠㅠ
판교역에서 여주역까지는 11개 정거장, 51분어치 거리.
곤지암, 도예촌, 세종대왕릉 등 - 왠지 중간에 내려 구경하고픈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역들이 많았다.
덕분에 정거장마다 내적 갈등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
경강선의 종착역, 여주역 도착 기념으로 한 컷 찍어 본다.
점심때가 거의 되어서 역 근처에서 밥을 한 끼 먹을까 했는데, 지도상으로 보니 굉장히 휑했다.
살짝 난감.
지도를 찾아보니 도보 20분 거리에 대형 마트가 있기에 그곳에서 물도 사고 식사도 해결해야겠다 결심했다.
여주에는 여러 관광지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중 나는 세계에서 하나뿐이라는 폰 박물관에 갈 것이다!
점심을 먹으러 도보 20분, 그리고 마트에서 폰 박물관까지는 도보 1시간 거리.
걷는 것만 왕복 2시간 40분이라 - 당일치기로 다른 곳을 들르기에는 살짝 빠듯한 시간.
(게다가 여주역에서 집까지는 지하철 2시간 거리. 뚜벅이는 가끔... 많이 빡세다)
결국 이 다양한 구경거리는 To be continued...
박물관도, 수목원도... 나중에 보자꾸나.
체온보다 훨씬 따끈해서 데일 것만 같은 철제 가족들을 보며 고민해 본다.
... 신륵사 정도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저분들이 저렇게 반가워하면서 포옹해 주려고 하는데.
박물관 하나만 들렀다 가면 저들이 서운해하지 않을까.
신륵사 찍먹 후 도보 이동
그래서 신륵사 잠시 방문.
사실 이때 여주 도자기 축제 마지막날인가 그랬을 것이다.
생각보다 방문객이 많아서 자연스레 회피 모드에 돌입한다.
쾌속으로 신륵사 한 바퀴를 빙 둘러본 후, 바로 원래 목적지인 폰박물관으로 향한다.
중간까지 이어폰을 끼고 걷다가, 무서워서 빼 버린 장소.
이 때는 오픈형 이어폰 샥즈를 구입하기 전이라, 노캔 모드를 가진 이어폰을 사용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까딱 잘못하다가는 이 도로에서 위험한 일을 당할 것 같았다.
이런 쭉 뻗은 길은 사람들 안의 질주 본능을 깨우는 법이다
자전거들은 따릉 따릉 기척도 없이 슝 하고 달려 지나갔고, 덕분에 나는 이어폰을 뺀 후에도 두어 번 더 자전거와 물리적 접촉을 벌일 뻔했다.
생각보다 더웠던 날.
음악도 없이 혼자 걷기 살짝 외로워질 때쯤 폰 박물관 이정표는 동공에 박혔고, 신호는 대뇌를 거쳐 심장까지 도달했다.
두근두근.
보고 싶었어, 아흑.
이 순간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 핸드폰 박물관 오려고 대중교통으로 여주까지 오는 사람이 과연 흔하려나.
여주 폰 박물관에서 설렘 퐁
여주 시립 폰 박물관은 캠핑장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아흐.
폰 덕후는 여기서부터 설레고 맙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아담하여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나, 세계 유일의 핸드폰 박물관인 데다가 3,000점 가까운 수량의 핸드폰들을 한 번에 구경할 수 있다니 두근거림이 훨씬 컸다.
- 핸드폰이 작으니 박물관도 작을 수밖에 없지.
혼자서 고개를 연신 끄덕끄덕.
히야.
기억난다, 기억나.
이 당시에는 살짝 각진 핸드폰을 좋아했던 터라, 둥글고 다소 투박한 이 디자인의 핸드폰은 사용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역시 이 SCH-B250 가로본능 폰은 그 시대의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다.
액정 사이즈 240*320, 200만 화소의 카메라, 128 화음 사운드에 dmb를 볼 수 있던 혁신적인 폰.
출고가도 굉장히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명동에서 5명 중 한 명은 이걸 들고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
이 목업을 구경하며 입장료를 결제하면, 박물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참고로 폰 박물관은 입장료가 있는데 성인의 경우 3,000원이다.
청소년은 2,500원. 어린이는 2,000원.
아무래도 교육용 박물관일 테니 아이들도 예외는 없는 듯.
초반부터 핸드폰이 뿅 하니 나오지는 않고, 핸드폰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먼저 등장한다.
이것은 체험존으로서, 우측의 전신기를 똥똥 눌러 모스부호를 전송하는 것을 해볼 수 있다.
타이밍 잡기가 은근히 힘들었다.
시립 폰 박물관에는 아가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기구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꽤 유익하다.
물론 성인에게도 유익함은 똑같다.
덕분에 아이들 사이에서 한 번씩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 최초 자체 기술로 제작한 휴대전화 SH-100S.
서울 올림픽에 맞추어 출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스펙은 알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이 단말에는, 버튼에 영어 표기만 쓰여 있다.
천지인 자판은 1994년에 사용되기 시작했을 테니, 이 때는 혹시 한글 문자 전송이 불가능했던 걸까.
궁금해진다 - 아니, 써 보고 싶다.
스마트폰 도입된 지 이미 한참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2G 폰에 대한 열망이 존재한다.
레트로 하고 참 좋잖아?
이 단말기를 유심히 보고 있는데, 옆에서 지나가던 꼬마 아이가 아버지에게 질문하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아빠, 이걸로 유튜브 어떻게 봐?"
아.
요즘 아이들에게는 핸드폰 = 스마트폰이기에, 버튼이 잔뜩 달리고 액정이 조그마한 기기가 조금 이상하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세계 최초 손목시계형 휴대폰인 SPH-WP10.
스마트워치의 조상님 쯤 되겠다.
난 이 디자인이 좀 더 힙해 보이는데, 아닌가.
또 다른 체험존.
메시지를 입력하면 옆에 비치된 프린트기에서 무언가 출력되는 것 같았는데,
내가 해 보려 하니 작동이 되지 않아 아쉬웠다.
폰 박물관에 있는 스탬프존.
스탬프 참 좋아하는 1인으로서 이런 건 놓칠 수가 없지.
기념 삼아 찍어 보았다.
내가 피쳐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 - 특이한 것들이 하나씩은 꼭 껴 있다.
실사용에서는 굉장히 힘들겠지만... 구경하는 것은 사실 다채로울수록 좋다.
팬텍 핸드폰들 중에는 정말 독특한 것들이 많았다.
동그란 것, 하단부를 돌리는 것...
MP3 핸드폰도 아주 조그마한 것이 있었고.
추억 돋는다.
진열된 것들 중, 내가 쓰던 스카이 IM-U110도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한 컷.
이 때는 폴더, 바, 슬라이드, 고개 돌아가는 폰 등... 다양한 디자인이 혼재했던 시기이다.
2G에서 3G로 넘어가던 그 시기.
샤인폰이라 알려진 LG-SV420.
사실 이것은 폰 특성도 정말 많이 타고, 컨트롤하기도 힘들었던 극악의 핸드폰 중 하나라 생각한다.
액정 아래쪽에 있는 저 휠...
그리고 통화, 종료 버튼과 캔슬 버튼은 슬라이드 바로 아래에 있어서 손이 큰 사람은 사용하기가 힘들었던.
살짝 애증의 폰이랄까.
초콜릿폰으로 알려진 LG-SV590.
액정 하단에 있는 영역은 터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오작동이 많았던 기기 - 하지만 굉장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에 올리는 핸드폰 사진은 극히 일부분이다.
실제로 가서 보는 게 훨씬 재미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유리에 반사되어 박제된 헤벌쭉한 얼굴은 차마 올릴 수가 없거등요.
사진들을 보며 느낀 점은 - 나 핸드폰 참 좋아하네.
네이버 플레이스 후기를 올리고 기념품도 받았다!
접착력이 좋지 않아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나는 아예 폰 박물관을 벼르고 여주에 왔던 만큼, 매우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사실 한 번 더 가고 싶은데 가는 길이 조금 벅차서 망설여진달까.
그래도 여주에 볼 것들도 꽤 있고, 세종대왕릉도 궁금하고 하니
어쩌면 조만간 다시 가 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만약 다시 간다면, 그때는 1박 2일 코스로 느긋하게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