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마음도 어두워진다. 쉬는 날 나름대로 보람차게 보내려고 계획했던 일들을 빈둥거리느라 또는 어영부영하느라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그런데 내일 다시 회사를 가야 하다니! 나는 이렇게 살다 늙어 죽을 거 같은 불안함. 왜 이렇게 주말이 짧냐는, 해봤자 소용없는 한탄까지. 이 모든 감정 이면에는 지금 내 삶의 모습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나는 금수저도 아니고, 특출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주어진 건 남들과 공평한 시간뿐이다. 삶을 바꿀 도구는 이거 하나뿐인데, 이거라도 잘 활용해야 하는데, 나는 그다지 잘하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잘하고 있지 못하다는 감정. 이건 최악의 감정 상태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 나오는 열등 의식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나보다 앞서 나가는 사람을 보면 나는 저렇게 못 살 거 같고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상태. 포기하면 편하다, 지금 당장은.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내려놓는다면, 하고 싶은 일을 잊는다면, 결국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건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만나게 된다. ‘난 안 될거야’라는 마음으로 살면 도대체 삶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의미가 없는 삶은 죽어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지긋지긋한 일요일의 절망을 끊어내고 싶다. 일요일 저녁을 희망과 기대로 바꿀 수는 없을까.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일요일 저녁에 다가올 일주일을 흥미롭게 채울 계획을 적어보기로 했다. 거창하지 않게, 아주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고 싶다. 요새 제일 바꾸고 싶은 것은 건강 상태다. 타고나기를 약하게 태어났는데, 이제 둔부와 어깨 통증으로 오래 앉아 있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 매일 밤 스트레칭과 온열 찜질로 달래놓고 다음날 간신히 출근하고 있다. (이번 주말도 운동을 하려고 했지만 하루종일 앉거나 누워 있었다) 그래서 이번 주는 근력운동 주3회 40분을 하는 목표를 세워봤다. 계획만 세워도 왠지 득근한 기분인걸. 후훗.
그리고 한가지 더. 다음 날 일어나서 이 계획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일을 막기 위해, 실천한 결과를 글과 사진으로 남기려고 한다. 그리고 다음 일요일 저녁에 다시 계획을 세우겠다. 처음 계획에서 더하거나 뺄 수도 있고, 잘 질리는 나의 성향에 따라 아예 새로운 계획을 세워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일 저녁에 전시 갔다와서 감상 쓰기(그리고 위해서는 야근을 피해야 하고, 근무시간에 엄청 집중해서 일해야겠지만). 책 읽고 서평 써보기.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반갑게 인사하기. 그동안 눈여겨 두었던 일에 기획서를 쓰고 도전해 보기 등등.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이 글을 읽고 공감한 누군가와 같이 도전하고 싶다. 서로의 계획을 응원하고, 진행 상황에 피드백을 주고, 성공하면 격려하고, 실패하면 다시 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것 역시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수단일지도 모르지만, 서로가 발전하는 수단이라면 확실하게 활용해 봐야겠다. 이런 프로젝트는 나에게도 첫 도전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본다. 일요일 저녁마다 우울해지는 당신과 손을 잡고 이겨내고 싶다.
+ 제 소개를 하자면 지방직 공무원으로 9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2년 전에 <2인 가족의 티스푼은 몇 개가 적당한가>라는 에세이집을 냈습니다. 결혼 이후의 주체적으로 선택한 삶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은 책이에요. 글쓰기만큼 책 읽기도 좋아해서 매일 꾸준히 읽는 사람입니다.
+ 이 프로젝트를 위한 오픈 채팅방을 운영합니다. 일단은 10명 내외의 소규모로 운영해보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