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를 꿈꾸는 당신에게

결혼과 출산, 그 선택의 주체는 바로 나

by 김나현


최근에 재밌게 본 만화가 있다. 네이버 베스트 도전에 있는 <나, 주태희>

아이를 갖고 싶지 않은 여자와 아이를 갖고 싶은 남자가 결혼해서 겪는 갈등을 보여주는 만화다. 무엇보다 웹툰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주태희. 주인공 이름을 그대로 제목으로 썼다. 이 만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는 여기서 명확히 드러난다. 결혼과 출산, 그 선택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딩크를 먼저 선언한 사람으로서 내가 맞닥뜨린 선택의 순간과 나름의 조언을 담아볼까 한다.



네이버 도전 웹툰 <나, 주태희> 글/그림 <솔다>

만화를 보려면 여기로-> https://comic.naver.com/bestChallenge/detail.nhn?titleId=716045&no=1



결혼 적령기를 선택했다?!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 결혼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결혼 적령기'란 말은 사실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다. 때문에 자녀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면 언제든지 결혼할 수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나 역시 비혼주의자였다. 정확히 말하면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주의였다. 막연히 내 결혼 적령기는 내가 정할거라고 생각했지만 남자친구가 내 곁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굳이 결혼이란 복잡한 문제에 얽매이고 싶진 않았다. 자연스레 남자친구의 존재는 부모님껜 비밀로 부쳐졌다. 딸의 이 자유분방한 생각은 부모님이 보시기엔 위험천만해 보일 거라는 거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커밍아웃, 그 순간을 계속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빠가 갑작스레 중대 발표를 했다. 나를 결혼정보업체에 가입시키겠다는 것이다. 혼기가 꽉 찬 딸을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으리라. 나는 제발 그러지 말라고, 간곡히 말렸지만 아빠는 완강했다.


결국 선택의 순간이 온 것이다. 아빠가 결혼정보업체에 무의미하게 큰돈을 쓰게 할 순 없었다. 그렇다면 비혼 고백을 해야 하나.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좋지만 만약 이번 생에 반려자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 사람 이외에 다른 사람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제공하는 임대아파트에 정말 운 좋게 당첨이 됐다. 어쩌면 이건 신이 준 기회 아닐까. 그 순간 나는 알게 됐다.

'아, 지금이 내 결혼 적령기구나.'



짚신도 제 짝을 찾으려면 일단 많이 만나야 한다


"대체 딩크족이 되려는 파트너를 어디서 만나야 하나요?"

맞다. 딩크족으로 살려면 먼저 나와 같은 생각을 갖는 파트너를 만나야 할 것이다. 그런 영혼의 짝을 찾기 위해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많이 만나는 방법밖에 없다. 무식한 방법 같지만 그렇게 해야 내가 어떤 사람과 잘 통하는지 또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다양한 연애는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만남과 실연으로 쓰러졌다 일어나는 과정 속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휘몰아치는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지 배우는 기회다. 그러면서 점점 자기 색이 분명해진다. '추진력 있는 사람이랑 잘 맞아요', '내가 주도하는 관계가 편해요', '그래도 돈이 좀 있는 사람이랑 만나는 게 젤 마음이 편했어요' 등등 자신이 원하는 게 분명해진다. 나 역시 20살부터 결혼 전까진 연애에 푹 빠져있었다. 사실 우리 커플은 10년 내리 서로만 만나지 않았다. 여러 차례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 만남과 이별의 과정에서 지금의 남편이 나의 소울메이트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이런 연애 예찬론자이기에 나는 '썸' 타는 사이가 싫다. 아니, 썸 타는 것까지는 좋다. 썸이야말로 상대를 알아가는 얼마나 두근두근하고 설레는 과정인가. 하지만 썸'만' 타다 끝나는, 슬쩍 간만 보는 것은 참 싫다. 그 과정은 상대를 깊이 만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자신의 기준에 상대가 충족하는지를 재보는 과정 같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저는 원래부터 주관이 엄청 뚜렷해서 그런 시행착오 없이 운명의 사람을 고를 수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안타깝다. 이런 사람이 주로 글로 연애를 배운 느낌이랄까. 연애를 해보기 전까지의 자신을 믿지 말라. 혼자만의 섬에서 자신의 이미지는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상대방을 통해 내가 누군지 깨닫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주관이라는 것이 결국 이성을 이리저리 따지는 눈 높은 사람밖에 만들지 못할 것이다.


다양한 연애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이별을 안고 있다. 사랑했다 헤어지는 이별이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다시 연애를 할 수 없겠다고 말하는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한다. 나 역시 산전수전 온갖 이별을 경험하면서 가슴 터질 듯한 아픔을 겪었으니까. 아마 "사랑 따위 개나 줘버려~"이렇게 외치고 있을 것이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받은 배신감, 이별의 아픔이 너무 심해 당장 다시 연애 전선에 뛰어들 수는 없는 것도 안다. 다만 언젠가 그 얼음장 같았던 마음에 봄의 기운이 찾아들었을 때 그것조차 부정하지 않을 만큼 마음이 회복되길 바랄 뿐.


대화가 잘 통했다는 건 상대방의 의견에 반대했을 때도 대화가 이어져 나간다는 뜻이다


"정말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났어요!" 이런 짝꿍을 만났다면 정말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해 둘 것이 있다. 대화가 '잘' 통했다는 건 상대방이 무조건 나한테 다 맞춰주는 대화가 아니라는 거다. 내가 상대방의 의견에 반대를 했을 때 서로 대화가 오고 가면서 이어져야 "진짜로" 대화가 통한 것이다. 오히려 무조건 동의해 주는 사람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앞서 소개했던 만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태희의 의견을 어리광 정도로 치부해버리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주장에 동의해주는 척했기 때문에 결혼하고 나서 더 큰 갈등을 겪게 됐다.

만약 딩크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상대방도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라고 반기는 건 마치 잃어버린 짝을 만난 듯 서로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반대 또한 중요하다. 상대방은 당연하게 아이가 있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꿈꾸며 살았을 확률이 더 높다. 그렇다면 그때, 치열하게 대화해야 한다. 어쩌면 딩크라는 그 꿈이 내가 이 사람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꿈인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굽힐 수 있는 꿈인지, 상대방 역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딩크로서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이렇게 서로의 욕망에 대한 처절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운명처럼 뜻이 맞은 행운의 커플도 반드시 이 대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종류의 대화가 결혼 전에 해야 할 진짜 대화이다. 이 과정이 필요한 게 개인의 주관이나 욕망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혹은 타인에게 받은 영향으로, 욕망은 베일에 가려졌거나 왜곡됐을 수도 있다. 이런 검증과정을 통해 한 번도 내뱉어 본 적 없는 욕망이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네이트 판에 결혼, 친정, 시집 줄여서 결친 시라는 유명한 판이 있다. 막장 스토리에 분노하고 그 이야기에 주작이라는데에 또 분노하게 되는 게시판. 하지만 막장과 분노 사이에 가끔 사이다 결말을 뿜어내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밌는 곳이다. 전에 여기서 어떤 고민 글을 읽었다. 신혼여행을 가서 남편이랑 아이를 하나를 가질지 아니면 둘을 가질지를 갖고 의견 대립을 하다가 옴팡 싸우고 결국 서로를 이해 못한 채 기분만 상해서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가족으로 살아갈지를 신혼여행 전까지 한 번도 의논하지 않았다니 말이다. 옛날처럼 신혼 첫날밤 만난 사이도 아닌데 말이다. 비슷한 유형의 말도 안 되는 질문이 여기 또 있다. "2-3년 만나 놓고 이 남자면 결혼할 마음이 섰는데, 제가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걸 밝혀야 할까요?" 일단 어떻게 결혼 결심을 하게 됐는지가 의문이다. 결혼 결심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서로 하는 것 아닌가. 자신과 상대방의 가치관이 무수히 충돌한 끝에 타협안이 도출됐을 때 비로소 결혼 결심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인생 목표가 분명하다는 걸 보여주는 건 여러모로 유용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의기투합했다면 이젠 양가 부모님께 확실하게 두 사람의 뜻을 전달해야 한다. 내 결혼식이 가까워졌을 무렵 엄마가 나에게 "넌 언제 아이 가질 거냐"라고 넌지시 묻길래 "안 나으려고~" 대충 얼거무렸더니 어느 날 엄마가 "그래도 조서방이 나이가 많은데 빨리 낳아야 되지 않냐?"라고 진지하게 물어더랬다. 철없어 보이는 딸이 걱정스러운 엄마의 마음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 결국 모든 걸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고. 신랑 하고도 다 얘기했다고. 엄마는 많이 속상해했지만 결국 이해해주셨다.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지만, 난 이 세상 부모님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건 손주 손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진짜 원하는 건 바로 새끼의 행복이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면 이 어려운 이야기를 좀 더 수월하게 풀어내지 않을까. "엄마 이건 내가 정말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내린 결정이야. 나는 엄마가 되기보다 내 삶에서 다른 걸 성취하고 싶어." 인생 목표가 분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정확히 전달한다면 부모님도 자식을 믿어줄 수 있지 않을까.


인생 목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딩크를 꿈꾼다면 엄마라는 이름 대신 이루고자 하는 확고한 꿈이 있기를 바란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 없는 여자를 실패한, 패배한, 어딘지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갖는 사람이 있다. 상대는 어쩌면 당신을 동정해줘야 될 거 같고, 조심스럽게 대해야 할 거 같고 한마디로 대하기 어려운 상대로 여길 수도 있다. 자발적 딩크족이라면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트리기 위해서라도 보다 당당하게 사회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만약 회사를 다닌다면 '경력 단절 없이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이점을 살려 동기들 중에 제일 먼저 승진하겠다'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본업에서 뭔가를 성취하기보다 평소 좋아했던 글쓰기 분야에 기웃기웃하면서 매년 글쓰기 공모전 1개 이상 수상하기, 내 이름으로 된 책 내기 등 나만의 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재테크 등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인생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의 크기나 성취 여부가 아니다. 바로 타인과 절대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타인의 삶의 방식에 더 너그러워진다


우리는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상호작용하며 살 수밖에 없다. 그러니 타인과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그 차이를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끝내야 할 것을 자꾸 "왜 나는 저렇지 못하지?" "쟤랑은 안 맞는 거 같아."" 쟤가 날 이렇게 생각하면 어쩌지?"등 열등감과 비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자기만의 기준과 관점이 확고하지 못하면 그 자의식은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당신이 섣불리 딩크를 결심했다면? 주위 평판에 흔들리지 않을 멘탈은 필수다.


우리 사회에서 딩크는 여전히 아웃사이더다. 그러니 내가 이해받기 위해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부터 색안경을 벗고 더 너그러워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인간 삶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비주류를 선택한 만큼 다른 비주류적 삶도 들여다보자. 어쩌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어떤 면에서 모두 비주류일 수밖에 없다는 개인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다 보면 덤으로 "참 성격 좋네!"라는 평도 얻을 수 있다. 만약 딩크아웃을 했다면 오히려 당당하게 말하자. 뻔뻔하게 때론 넉살 좋게 받아치면 상대방도 공격할 힘을 잃는다.

"저희 부부는 아이 안 낳기로 했어요." (세상 당당)

"왜 안 낳아? 그래도 자식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데!!"

"물론 그렇죠. 그치만 속도 많이 썩이지 않았어요?"(은근 화제 전환)

"그건 그렇지."

"맞아요. 자식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어요? 돈은 돈대로 들었잖아요."

"맞아, 키워보면 자식만큼 가정비 제로인 게 없는 거 같아."

자식 키우신 선배님들과 이야기해 보면 자식 때문에 지지고 볶았던 이야기가 넘쳐난다. 내 신상 갖고 뭐라 한다고 날카롭게 구는 것보다 이렇게 그분들의 자식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하고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호기심을 갖는 태도를 보인다면 급한 대로 잔소리 듣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딩크는 취향이 아닌, 삶 전체에 대한 고찰


"딩크를 약속하고 결혼했는데 술 먹고 그만 피임을 못해서 임신을 했어요. 어떡하죠?"

안타깝다. 실수든 아니든 약속과 계획에 어긋난 임신은 커플을 불안하게 만든다. 물론 이 실수가 나중에 복덩이가 될 수 있지만 미래는 알 수 없으니. 자발적 딩크를 결심한 부부라면 좀 더 확실한 피임법을 썼으면 좋겠다. 우리 남편 말로는 확 묶어버리니 이렇게 편할 수 없다고 하긴 하다만. 파트너와 상의해서 자신들에게 맞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여성가족부는 이런 내 주장을 싫어하겠지만, 이젠 결혼과 출산은 국가사업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선택에 후회가 없으려면 딩크를 가벼운 취향 정도로 여겨서는 절대 안 된다. 이 문제는 자신과 반려자의 인생 전체를 바꾸는 문제이자 존재론적 고찰이다. 그 선택의 무게만큼 자신감을 갖고 당당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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