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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Aug 25. 2020

진짜 나쁜 년

내가 나쁜 년인가 아는데, 그게 어때서?


 오랜만에 반가운 전화. 내가 직장에서 만난 사람 중에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인생 멘토라고 생각할 정도로 각별하게 여기는 팀장님의 전화다. 오랜만에 안부를 전하면서 팀장님이 따스하게 말씀한다. 

 “넌 아직도 그대로니?”

 나는 바로 팀장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챈다. 

 “네.”

 “에휴, 그래도 애기가 참 예쁜데 말이지.”

 그렇지만 더 잔소리하지 않는 게 그분의 미덕이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

 '맞아요, 저도 알아요. 제가 나쁜 년인 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욕심쟁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철저히 나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러기에 내 생은 짧고 육아는 내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누가 봐도 나는 나 자신만 생각한 이기주의자가 맞다.


 나는 이렇게 사는 게 내가 온전하게 행복하단 이유로 부모님을 설득했고 부모님도 어쩔 수 없이 체념했겠지만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부모님의 마음에 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 이러면 불효녀 타이틀까지 얹게 된다. 그렇다면 더더욱 나는 나밖에 모르는 나쁜 년인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 난 나쁜 년이야.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돈을 더 많이 벌겠다는 욕심, 명예와 권력에 대한 욕심, 사다리를 타고 이 계층의 피라미드를 오르겠다는 욕심, 내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는 욕심, 커리어에 대한 욕심, 맛있는 걸 먹고 싶은 욕심 등등 저마다 욕심의 포인트가 다른 것처럼 나는 내 시간과 자유에 더 욕심을 냈을 뿐이다.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이 없었을 뿐이다. 이 욕심이 내가 나쁜 년인 이유라면 나는 그렇게 불려도 상관없다.


 누가 하라고 해도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생각하고 내가 결정한 삶이기 때문에 내 선택에 당당할 수 있다. 그래서 누가 내 삶에 오지랖을 부려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누가 내 삶을 비판해도 부처님상처럼 인자하게 그를 향해 웃어 보일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다 이해할 수 없고 좋아할 수 없다는 걸 안다. 어디선가 나에 대한 뒷담화를 할 수 있다. 나를 세상 욕심 많은 나쁜 년이라고 욕할 수 있다. 그러던가 말던가 나를 욕하는 건 사람들의 자유다. 다만 누군가를 욕하는 자는 어디선가 자신도 욕을 먹을 수 있다는 멘탈 정도는 갖추고 오지랖을 부릴 수 있기를. 세상은 알고 보면 단순하다. 기부 앤 테이크.


 그리고 진짜 나쁜 년은 따로 있다. 

 자기 인생에 고민 없이 남의 눈치만 보고 남들 따라 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년. 자기 잘못도 아닌데 계속 자기 잘못이었다고 자책만 하면서 스스로를 자해하면서 우울의 늪에서 나오지 않았던 년. 그 우울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생각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서 구원을 갈망하며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한 년.

이 나쁜 년들은 다 나였다. 과거의 나.


 누군가에게 10대 20대는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시기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어두운 시간이었다. 진짜로 하고 싶지도 않으면서 남들 이목 때문에 시험공부에만 몇 년을 매달리고 계속 떨어졌다. 분명 내 잘못이 아닌 일인데도 몇 년을 그 일에 얽매여서 우울증 약을 먹었다. 이 와중에 연애를 일종의 구원이라 생각해 매번 일방적인 사랑을 하고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지쳤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던 사람들을 외면하고 어쩌면 그들에게 상처를 줬다. 내가 쌓은 이 수많은 업보를 어쩔 것인지.    


 그 시기를 지나고 나는 이제야 과거의 그 얼빠진 나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 거 같다. 그때는 그게 나쁜 건지도 모르고 살았던 진짜 나빴던 나에게 말이다. 진짜 나쁜 년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나는 누구보다 제대로 내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난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구원할 수 있다고. 이제 누가 나에게 나쁘다고 말해도 그건 나쁜 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저 다른 걸 나쁘다는 말로 포장하지 말라고 말이다. 



커버 사진 Designed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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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일정이 생각보다 너무 늦게 끝나서 

글 쓸 시간이 없어서 등장한 세이브 원고!!! 입니다.ㅜ ㅜ

딩크로운 삶을 쓰면서 쓴 건데, 일단 이거라도 꺼내 쓰면서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내기보다 

그냥 틈나는 시간에 틈틈이 써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모두 좋은 글 읽고, 또 쓰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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