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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시간 May 05. 2024

서양 미술사 읽기 2

미술의 기원

신비에 싸인 기원

선사 및 원시 부족들: 고대 아메리카


우리는 언어의 기원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술의 기원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 미술의 신비한 기원을 이해하려면 원시인들이 그림을 감상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실용적’ 위력이 있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 체험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해 솔직할 수 있는 의지와 우리 마음속에 ‘원시적인’ 무엇인가가 있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문명화된 세계가 아닌 옛 조상들과 유사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그림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주술적인 목적을 위해 바위에 동물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이 미술과 관련이 없는 것같이 보이지만 이와 비슷한 예를 국기나 결혼반지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 등 가까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것과 다른 것은 그들의 기술 수준이 아니라 그들의 착상일뿐이다. 미술의 역사는 기술적인 숙련에 관한 진보의 이야기가 아니라 변화하는 생각과 요구에 대한 것이다. 다양한 문명에서 탄생한 작품들을 보면 생소하고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그 이유는 그들의 관념에 의한 실물 조각이 우리의 관념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든 형상의 정신 상태 속으로 들어간다면 초기 문명에서 형상을 만든다는 것이 마술과 종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최초 문자 형태에도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영원을 위한 미술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크레타


미술은 모든 장소에서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 지금 우리 시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전통 중 하나는 5천 년 전 이집트 미술에서 그리스로 전해 내려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이집트인들은 왕을 신적인 존재로 간주했으며 왕의 사후를 위해 육체를 보존하는 미라를 만들고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 피라미드를 세웠다. 그리고 왕의 사후 여행을 도와주기 위해 온갖 주문과 부적을 작성했다. 나아가 왕과 닮은 형상을 보존할 수 있다면 왕이 영원히 살게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조각가들로 하여금 화강암에 왕의 두상을 조각하게 하였다. 실제로 조각가를 가리키는 이집트 말 중의 하나는 ‘계속 살아있도록 하는 자(He-who-keeps-alive)’였다. 이러한 의식이 처음에는 왕의 전유물이었으나 왕실의 귀족들도 왕의 무덤 주위에 그들의 작은 무덤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점차 그들의 무덤에도 영혼이 기거할 수 있도록 무덤의 벽면을 장식하였다. 여기서 장식은 ‘살아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세력자가 죽으면 그의 하인과 노예들을 무덤에 함께 매장하였으나 미술이 구원자로 등장해 그림과 형상들을 제작하여 영혼의 동반자들을 제공하였다. 이집트 미술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조각, 회화, 그리고 건축의 형식들이 마치 한 가지 법칙에 따라 배치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집트의 양식은 대단히 엄격한 법칙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미술가는 그것을 어려서부터 배워야만 했다. 3천 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집트의 미술은 거의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이집트 양식의 철칙들을 뒤흔든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제18왕조 시대의 왕 아멘호테프(Amenhotep)였다. 그는 오랜 전통에 의해서 숭상되어 온 많은 관습들을 타파했다. 제18 왕조 시대에 왕이 이러한 개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근처 섬나라인 크레타의 자유롭고 우아한 양식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집트 미술의 해방은 투탕카멘의 통치시대에 접어들며 옛 종교가 부활되어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리스 말로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의 계곡을 의미하는 메소포타미아의 미술은 이집트의 미술보다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이 계곡에는 채석장이 없었기에 대부분의 건물들은 구운 벽돌로 만들어져 시간의 흐름에 따라 먼지로 변하고 말았다. 이 지방의 미술작품이 적은 수만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 오는 이유는 이집트 인처럼 인간의 영혼이 계속해서 살아가려면 육체가 보존되어야 한다는 종교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의 미술가들은 무덤의 벽면을 장식하라는 명령은 받지 않았지만 그들 또한 이집트 인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통치자가 내세에서도 계속 살아가게 도와줄 형상을 그려야만 했다. 이러한 기념비들은 왕의 전역에 대한 완전한 그림 연대기로 발전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들은 오래된 미신 즉, 그림 속에는 그림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미신의 지배를 받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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