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땅콩쉐이크 Sep 30. 2018

브런치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

가입을 해놓고 오랫동안 방치했던 브런치 계정에 밀렸던 포스트를 올리고 있다. 예전에 사용하던 블로그에 올렸던 것들인데, 사실 몇 차례 블로그를 이전할 때마다 포스트를 삭제하곤 해서 남아있는 글이 별로 없다. 아무튼.


브런치로 터전을 옮기면서 블로그에 테마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항상 블로그를 일기장처럼 사용했었는데 이왕에 공개된 곳에 무언가를 써서 올리는 데 굳이 그렇게 사용해야 하나 싶어서다. 잊어버리기 전에 몇 가지 생각한 주제들을 정리해 보았다.


미리 쓰는 편지 - 내 아이에게

결혼도 아직이고 물론 아이도 없지만, 나중에 아이를 갖게 되면 내 생각들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가 서른 살쯤 된 내 아이가 그즈음의 내가 생각한 것들을 읽을 수 있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모두들 제 나이에 어울리는 생각을 하곤 하기 때문에 내가 미리 내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두면 아이와 나 사이의 세대차이가 좀 줄어들 것 같아서다. 아무래도 예순쯤 나이를 먹은 미래의 나보다는 지금의 내가 좀 더 내 아이를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주제는 여러 가지 버전으로 변주가 가능하다. 이를테면 미래의 아내에게나 미래의 사위에게 라는 식이다.


졸업도 하는 마당에 하는 소리

오랜 대학원 생활이 끝나간다. 그동안 학교에 있으면서 했던 생각들, 알게 된 것들에 대해 정리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알고 가려니 아깝기도 할뿐더러,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공유한다면 분명 한 명쯤은 도움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간단하게는 연구실을 고를 때 생각해야 할 것들이나 연구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같은 것부터 논문이나 연구에 대한 나의 견해,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는 방법 같은 노하우들을 풀어보고 싶다.


초단편! 한 장 소설

140자 소설을 연재하는 곽재식 작가님의 트위터 (https://twitter.com/gerecter2)를 본 적이 있다. 말 그대로 140자 제한으로 짧막한 토막 소설을 쓰는 대단히 재밌어 보이는 시도였다. 작가님은 여기에 적어둔 토막글을 확장하여 단편소설을 쓰거나 토막글들을 모은 책을 내거나 하는 것 같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소재거리는 잘 적어두지 않으면 사라지는 법이라 소재를 모아둔다는 의미로도 의미 있어 보인다. 나도 두어줄 남짓의 토막글을 연재하는 것은 어쩐지 따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에도 썩 어울리는 방법 같지는 않아 분량을 좀 늘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서사가 간신히 가능한, 모니터 한 화면 정도 길이로.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브런치에도 '쪽 소설'이라는 글머리로 짤막한 소설을 연재하는 작가님이 계셨다 (https://brunch.co.kr/magazine/lifemaking).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 다 비슷하구나 싶다.


초보가 초보에게

처음 애플 노트북을 구매했을 때의 일이다. 한참을 고민하다 질러놓긴 했는데, 막상 도착한 노트북을 보니 사용이 막막했다. 전에 사용하던 윈도우와는 파일 구조가 달라서 프로그램 설치도 어색했고, 스크린샷을 찍거나 한/영 변환 같은 기능도 한참을 찾아야 했다. 노트북을 덮으면 꺼지는 건지, 강제 종료는 어떻게 하는 건지 같은 '이런 것도 가르쳐 줘야 하나' 싶은 것들이 궁금했다.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것은 덤.

자고로 초보자는 숙련된 사용자가 생각지 못하는 것들을 궁금해하는 법이고, 그 마음은 역시 초보자가 제일 잘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애플 노트북에 친숙해지면서 알게 되는 것들을 그 순선대로 연재를 하면 - 다른 초보자들도 비슷한 순서대로 궁금해할 테니까 - 처음 애플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 매뉴얼을 만들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쓸데없이 배우고 싶은 게 많이 있으므로, 하나씩 배울 때마다 정리 겸 포스팅을 올리면 나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지 싶다. 다만 걱정은 초보자는 잘못된 정보를 가릴 변별력이 부족해서 엄한 소리를 인터넷에 늘어놓을까 하는 것이다.


자질구레 백과사전

그냥 갑자기 앉아있다가 궁금해지는 것들이 있다. 홍차의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는 대체 무슨 무슨 생각으로 지은 이름인지, 인터넷 유행어의 어원이 뭔지 따위의 것들. 아니면 각 잡고 앉아서 뭔가를 조사해 볼 때도 있다. 특히 큰돈 들어가는 무언가를 살 때 발생하는 일인데, 예를 들어 모니터를 살 때 주의해야 할 점이나, IPS 패널은 무슨 소릴까 같은 것들을 찬찬히 살펴볼 때 말이다.

이럴 때 자리에 앉아서 이것저것 찾아보며 자료를 뒤적이곤 하는데, 그냥 알아두기만 하고 지나가면 금세 잊어버리기도 하고 레퍼런스가 불분명한 글들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게 영 못 미덥기도 하고 좀 그렇다. 그래서 나도 정리를 할 겸, 논문 쓰던 가닥을 살려서 레퍼런스를 철저히 하는 미더운 정리 리포-트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 한 편 아무 말

글을 잘 써보고 싶긴 한데, 영 각 잡고 키보드 앞에만 앉으면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상한 질병을 앓고 있다. 하얀 모니터에 커서가 깜빡이는 걸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검색창에 '간장의 종류'라든가 '미국 여행 꿀팁' 따위를 검색하곤 또 난데없이 인터넷 뉴스 기사를 읽다가 유튜브까지 순방을 마치고 나서 다시 하얀 창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잘 시간이 되곤 한다. 아무래도 이건 습관의 문제다.

그래서 생각한 주제가 하루 한 편 아무 말! 그냥 그 날의 일기나 에세이를 쓰듯이 아무 주제를 매일매일 쓴다. 단, 시간제한을 둬야 한다. 그래야 집중할 수 있기도 하고 너무 오래 내 시간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 일종의 기초체력을 위한 연습인 셈이다. 처음에는 비문도 많고 구조도 형편없겠지만, 하루하루 나아지는 걸 기대해 보면서...

작가의 이전글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갈 자유, 디지털 노마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