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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콩쉐이크 Feb 21. 2021

돈이! 복사가 된다고!

 이 글을 쓰는 동안 듀얼 모니터의 한쪽에 띄워놓은 비트코인 차트는 6천 5백만원을 가리키고 있다 (달러로는 좀 더 싼 5만 7천불 정도다). 코로나가 터졌을 때만 해도 5~6백만원 정도였으니 1년간 10배가 넘게 오른 셈이다. 테슬라 주가도 끝없이 올라 1년간 10배 가까이 비싸졌다.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을 뚫더니 3천을 넘겼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중위값은 9억원을 넘겼다는 기사가 1월 말에 올라왔다. 뭐든 사놓고 있기만 하면 가격이 오른다. 사람들은 돈 복사 버그가 났다고 농담을 한다. 돈이 복사가 되고 있다.


 처음 주식을 샀던건 2016년쯤 이었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날이었는지 투표 결정이 난 날이었는지 했던 날이었는데, 주가가 빠지길래 미리 만들어 뒀던 키움증권 계좌에 돈을 넣고 주식을 구매했다. 1인가구 관련 주가 잘 나가던 때였기도 했고, 유럽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내수주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리테일 주식을 샀다. 곧 3만원 정도를 벌고 팔았는데, 그게 나의 첫 주식 매매였다. 그 뒤로도 꾸준이 뭔가 사고팔고를 했지만 금액이 그리 크지도 않았고 진지한 투자도 아니었다. 그렇게 주식을 사고 파는 데 익숙해질 즈음 코인 붐이 일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더리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신문에 가상화폐에 대한 기사가 실리기 시작한 건 2016~17년 쯤이었다. 소위 '불장'이 왔던건 17년 말이었으니 꽤 일찍부터 진입할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나도 기사를 보고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찾아 보긴 했었지만, 국내고 해외고 코인을 다루는 사이트들이 영 믿음직스럽지 않아서 매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지켜만 보고 있다가 뒤늦게 말에 올라타고, 크게 벌었다가 폭락장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간신히 원금을 지켜내고 빠져나왔었다.


 그 뒤로는 부동산 차례였다. 부동산 시장은 내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른다. 18~19년쯤 부터 서울 부동산이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이제 좀 집값이 주춤 하려나 할때 쯤 코로나가 터지고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렸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다시 반복이었다. 집값이 오르고, 주식도 오르고, 비트코인도 올랐다.


 잇따른 투자자산의 가치 상승을 보면 투자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가지로 내 나름대로의 방향과 생각을 정리하고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이 두가지인 것 같다. 부를 지키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것과 마음이 열려있어야 한다는 것.


 '투자는 필수다' 라고 설득하기 위해 드는 몇가지 전형적인 이야기들이 있다. 돈의 가치는 인플레로 인해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나 노동수익을 자본수익이 앞지르고 있다는 이야기, 투자로 인한 자본수익은 복리이기 때문에 곱연산이 적용되어 큰 부를 이루려면 자본수익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이다. 다 좋은 말들이고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투자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리스크 관리다. 언뜻 생각하기에 무언가에 '투자'하는 건 위험한 행동처럼 느껴지지만, 관점을 조금 비틀어보면 투자를 안하다는 걸 나의 수입원을 내 직업 한가지에 '몰빵'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내가 자의든 타의든 일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여기에 더해서 이미 모은 부를 유지하는 관점에서도 투자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은 리스키한 일이다. 잘 생각해 보면 화폐는 사실 무언가를 구매하기 위한 매개체로, 돈이 좋은 이유는 무언가를 살 수 있기 때문이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자산과 그걸 사기 위한 화폐의 가격 비율이 계속 변한다면 굳이 '살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는 것 보다는 그냥 그 돈의 목적지인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게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요컨대 나는 '망하지 않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보는 편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다음 문제다.


 그리고 투자를 할 때는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예전 같았으면 말도 안됐을 것들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허상같은 비트코인이나 PER가 1000이 넘는 테슬라 같은 주식들이 그랬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시장에서는 생각보다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생각들을 경계해야 한다. '부동산은 삶에 필요한 재화로 투기의 대상이 될 순 없다' 라든가 '비트코인은 허상과 같아서 투자할 수 없고 곧 거품이 꺼져서 무가치한 것이 될 것이다' 같은 고집은 돈을 버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둘 다 가격이 올랐고, 미리 사지 않았던 사람들은 기회를 놓쳤다. 장기투자만 해야 한다거나 가치투자만이 정답인양 생각하는 것, 주식은 위험하니 쳐다도 보지 않겠다 같은 생각도 마찬가지다. 저 얘기가 틀렸다는 게 아니다. 굳이 눈과 귀를 막아서 가능성을 미리 닫을 필요는 없다. 고집과 원칙은 한끗 차이다. 원칙은 지키되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변화할 수도 있어야 한다. 유연함이다. 모든 기회를 다 잡을 수는 없지만, 괜한 고집으로 눈앞에서 기회를 놓칠 필요도 없다. 아쉬운건 나일 뿐이다.


 그나저나, 내일 출근 하기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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