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을 올리자마자 비트코인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귀신같이! 6천5백만 원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5천2백만 원 근처를 왔다 갔다 하고 있고, 나스닥도 코스피도 요 며칠간 영 비실비실 하다. 나는 월말마다 자산 현황을 정리하는데, 이번 달은 보름 동안 작년 연봉 정도를 벌었다가 1~2주 사이에 수익이 반토막이 났다. 그 와중에 두 번 큰 실수도 있었다. 하나는 비트코인 시장이 과열되는 것 같아서 지난주쯤에 전부 회수했던 돈을 며칠 온 반등을 못참고 다시 매수에 사용한 점이고, 다른 하나는 수익이 녹아내리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다 매매가 꼬인 점이다. 덕분에 이 정도로 피해가 클 일이 아니었는데 손실을 키웠다. 항상 욕심이 문제다. 사람이 간사한 게, 꼭 HTS에 찍힌 최고 금액을 내 자산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 금액을 되찾아 보겠다고 무리를 하다가 큰 손해를 보곤 한다. 최근에는 그런 버릇(?)을 많이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주식/코인 할 것 없이 모든 계좌가 동시에 파래져서 내 얼굴도 파래졌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패닉 셀과 장기투자에 대한 생각을 조금 쓰기로 했다.
존 리 아저씨가 이르시기를, 좋은 주식을 사서 오래 가지고 있으면 돈을 번다고 했다. 그래서 커피값도 차 살 돈도 아껴서 주식을 사면 나중에 부자가 된다고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약간 말장난 같이 느껴진다. 좋은 주식이란 오를만한 주식이고, 오를 만한 주식을 사면 오른다는 얘기가 되는데 글쎄, 동어반복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좋은 종목을 고르는 건 어떻게 해결했다손 치더라도 남아있는 다음 관문은 '오래 들고 있기'인데, 이게 생각만큼 만만하지가 않다.
아래 그래프는 아마존 주식의 가격 차트인데. 끊임없이 우상향 한 것 같은 아마존도 확대해 보면 고점에 비해 20토막 가까이 난 적이 있었다. 단순히 원금 회복까지는 10년쯤 걸렸고, 그 정도 기간은 물가 상승률이나 은행 이자가 얼마였는지를 고려해 원금이 얼마인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만큼의 장기간이다.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닷컴 버블이 터질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우리는 결과적으로 아마존이 좋은 주식이었다는 걸 안다. 지금은 한 주당 가격이 3천 불에 이르고, 20년 전이라면 아무 때나 주식을 사도 부자가 되었다. 그렇지만 저때 아마존에 물렸다면 아무리 회사에 대한 믿음이 있더라도 저 구간을 버티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적어도 나는 자신이 없다. 좋게 생각해서 10년을 버텼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면 정나미가 떨어져서 원금 즈음에 다 팔지 않았을까.
그 이후로도 2~30% 정도의 조정(?)은 꾸준히 있어왔다. 아마존 뿐만 아니라 삼성도 그렇고, 테슬라도 그렇다. 지금이야 다 미래를 보며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만, 이게 막상 눈앞에 닥치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조정은 그 끝을 모르기 때문에 무섭다. 그래서 그 기간 동안 투자자의 회사에 대한 신뢰는 끊임없이 도전을 받는다. 정말 내가 올바른 종목을 고른 걸까, 회사에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에 큰 결함이 있는 건 아닐까. 정말 결국에는 회복을 할까. 전기차 시대가 안 온다면!? 내가 아마존의 꼭지에 물린 게 아니라 두산중공업의 꼭지에 물린 거라면!! 이걸 다 이겨낼 수 있어야 장기투자가 가능해진다. 물론 '좋은 종목'을 골랐다는 전제이고, 이에 대한 생각은 나중에 따로 적겠다. (솔직히 수익 구간에서 안 팔고 버티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만, 이건 겪어보기 전에는 글로 설명할 재간이 내게 없다)
어쨌든, 조정 장세에서 손실액이 커져 일정 금액을 넘어가면 이성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패닉 셀이 일어나고, 멍청한 결정을 내리곤 한다. 얼마나 큰 손실에서 이성적인 사고가 마비되는지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단기간일수록, 금액이 클 수록, 계좌 전체 수익이 안좋을 수록, 중요한 돈일수록 패닉셀은 쉽게 오는 것 같다.
좋은 주식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 물론 큰 돈을 벌 수 있겠지만, 한 주식을 '오래'갖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에 우리는 주식을 오래 갖고 있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종목을 나눌 게 아니라 업종을 나눠야 하고, 구매 시기를 나눠야 하고, 투자 국가를 나눠야 하며, 주식 외의 투자처로 돈을 분산해서 변동성을 최소화 해야 한다. 그래야 한 업종이 크게 조정을 받을 때 다른 업종에서 수익을 낼 수 있고, 주식 장에서 전체적으로 돈이 빠져나갈 때에도 계좌를 지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장기투자는 잘 짜여진 포트폴리오에 기반해야 한다고 본다. 이 정도면 벌써 존 리 아저씨의 처음 이야기에서 많이 벗어난 게 아닌가 싶다. 주식이 우상향 하는 걸 못 믿는 게 아니라 나를 못 믿어서다. 장기투자는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십수 년씩 주식을 들고 있는 전략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1~20년 뒤에 지금보다 잘 나갈 기업을 고를 자신도, 잘 가지고 있을 자신도 없다. 지금 같은 호흡으로 사고팔고 하기에 금액이 부담스러워질 정도로 자산 규모가 커지지 않으면 IRP 계좌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투자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근데 돈을 벌면 투자하기 전에 이 한 몸 뉘일 집도 한 채 사야 하니, 그럴 기회가 영영 안 올지도 모르겠다. 집값이 비싸더라. 참고로, 이 글을 쓰는 동안 비트코인은 5천80만 원까지 빠졌고, 언제가 될지 모를 내 첫 집 구매도 그만큼 늦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