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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콩쉐이크 Nov 22. 2021

예적금도 투자상품

소비를 줄이세요, 괜히 투자하다 손해 보기 십상입니다

 '돈을 어떻게 모으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소비를 줄이세요, 괜히 투자하다 손해 보기 십상입니다'라고 적힌 글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투자라고 하면 어딘가 위험하고 일순간의 대박을 노리는 불순한 무언가로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위험한 것'에 눈을 돌리는 건 어딘지 죄스럽고 부끄러운 것, 땀 흘려 번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모든 경제적인 행위는 투자입니다. 저금도 투자요, 지갑 안의 현금도 투자입니다. 내가 산 집도, 내가 낸 전세금도, 월세도 모두 투자입니다. 우리는 현금 가치의 상승이나 하락에, 부동산의 상승이나 하락에 의도하든 아니든 배팅을 하고 있는 셈이에요 (의도한 게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 지갑 속 현금은 화폐 가치 상승에, 굳이 집을 사지 않은 건 부동산 하락에 배팅을 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건 우리가 가진 '부'를 어떤 형태로든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의 '부'를 소비해서 구매한 그 '눈에 보이는 무언가'는 가치가 항상 변하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투자를 금기시할 게 아니라, 우리의 경제활동을 투자의 관점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히 알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가 있습니다. 똑같이 저금을 하더라도 예금을 하는 것과 예금상품에 '투자' 하는 것은 다릅니다. 투자로 여기기 시작해야 리스크를 생각하게 되고, 얼마 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금이 좀 더 재밌어져요.


  인플레이션이니 환율이 어쩌니까지 갈 것 없이 우리가 해마다 오르는 아이스크림 값으로 느끼듯이 원화의 가치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세상에 유통되는 돈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돈이 흔해지는 만큼 (꼭 비례하진 않겠습니다만) 돈의 가치는 아마 앞으로도 줄어들 겁니다. 현금을 들고 있는 건 경험적으로 볼 때 거의 확정적으로 손해를 보는 투자처에 투자를 하는 셈입니다. 개인적인 사족을 붙이자면 인버스 ETF에 장기투자를 하는 것처럼 보여요.


 현찰을 손에 쥐고 있는 건 수익 관점에서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물론 지폐를 집안 침대 밑에 모셔두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럼 은행 예금은 어떨까 생각을 해 봅니다. 예금은 얼마나 수익을 주는지 찾아보려고 인터넷을 뒤적거려서 실질금리 추이 그래프를 그려보았습니다 (이런 좋은 페이지가 있어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http://ecodemy.cafe24.com/realirgraph.html).


'96년 이후 실질금리 추이 (http://ecos.bok.or.kr/EIndex.jsp)


 실질금리의 정확한 의미나 물가상승률이 정말 우리가 살면서 구매하는 것들의 가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는지 같은 건 저도 잘 모르겠으니 일단 추세만 보기로 하겠습니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정말 진짜로 우리가 생활하는 데 드는 비용의 상승률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는 꽤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만, 일단 퉁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알아봐야겠습니다). 그려놓고 보니 생각보다 예적금은 꽤 성공적인 투자처였습니다. 금리가 낮아서 저금은 할수록 손해니 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금리가 내리는 만큼 물가도 안정화되어서 꼭 그렇지만은 않네요.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소비를 줄이세요, 괜히 투자하다 손해 보기 십상입니다'라는 답변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합니다. 이 대답이 만족스러운지는 앞서 봤던 그래프로부터 알 수 있어요. 지금까지의 추이를 따르면, 소비를 줄이고 열심히 저금을 했을 때 내 자산이 어떻게 될지를 유추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손실이 나는 구간은 거의 없고 안정적으로 해마다 1% 남짓 자산이 늘어날 겁니다. 만족스러운 결과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아마도 다른 대부분의 투자처는 장기적으로 이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보일 겁니다. 그런 것들을 정량화해서 비교해보면 예금이 얼마나 확정적으로 상대적인 손실을 주는지를 계산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변동성이 적고 유동성이 매우 좋은 장점이 있으니 어느 정도 가산점을 줄 수 있습니다. 이 가산점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달라서 어떤 사람은 위험을 안고 주식을 사느니 은행에 넣어 두는 걸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꼭 높은 수익이 정답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는 모두에게 다를 겁니다. 그래서 내가 한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요. 


 사족. 근데 사실 경험적으로 그냥 돈을 안 쓰는 게 제일 많이 버는 방법 같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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