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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콩쉐이크 Feb 17. 2022

내가 코로나라니

 지난주 목요일 아침부터 목이 칼칼하더니 기어이 확진자 판정을 받고야 말았다. 첫 자가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는데, 나흘 뒤 다시 검사를 했을 때는 키트에 뚜렷이 두줄이 그어져 있었다. 회사에 연락을 했고, 다음날 아침 바로 PCR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당일 오후에 나왔다. 양성이었다.


 확진 판정 이후에는 출근을 못하게 됐는데, 사내 규정상 열흘간 자택 대기라고 했다. 덕분에 계획에 없던 봄방학을 맞았다. 사흘 정도는 앓느라 누워 지내다가 디즈니 플러스를 가입했고, 요즘은 하루에 2~3편씩 영화를 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오늘 먹을 음식을 좀 한다. 어제는 사골국을 끓였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집안일을 한다. 청소를 하기도 하고, 그동안 손을 못 댄 집안 수리도 한다. 화장실 변기 커버를 교체한다거나 전구를 간다거나. 점심때가 되면 낮잠을 잠깐 자고 밥을 챙겨 먹고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본다. 자기 전에는 일기를 좀 쓴다. 이게 인생이지!


 회사를 안 나가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맞게 살고 있는 건가부터,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 거겠지 까지. 이런저런 답이 없는 생각들이다. 뭘 위해서 회사를 다니나 싶기도 하고. 은퇴를 하고 쉬면 이런 기분일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또 에너지를 채워서 앞으로를 살아가야지.


 계속 목이 아팠는데, 오늘 아침부터는 목도 많이 가라앉았다. 이제는 기침을 좀 하는 것 말고는 아픈 곳은 없다. 한 가지 신경이 쓰이는 건 이틀쯤 전부터 냄새가 안 난다. 디퓨저에 코를 대봐도, 김치통을 열어봐도 냄새가 옅다. 이건 음식 맛으로까지 영향을 주는데, 뭘 먹어도 맛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입맛도 좀 없고 살도 약간 빠졌다. 그래도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가 쉬워진 건 좀 좋은 점.


 그나저나 확진 판정을 받고 사흘이 지나도록 보건소에서는 연락도 없다. 오늘 전화도 해봤지만 받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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