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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콩쉐이크 Oct 03. 2020

팀 페리스, <나는 4시간만 일한다>

제가 처음 인터넷을 접한 건 새천년이 열리던 즈음이었습니다. 28.8k 모뎀을 썼었는데, 얼마 안 가서 인터넷 전용선이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인터넷 검색대회 같은 교내 대회가 열리기도 했었고, 윈도우며 인터넷을 쓰는 법을 설명해 놓은 책들이 잔뜩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때 읽은 책 중 하나에는 맨 뒷페이지에 유용한 사이트 모음이 있었는데, 디즈니나 야후 같은 사이트들의 주소가 적혀있었지요. 뭐랄까... 그 시절이 생각나는 책이었습니다.


찾아보니 2007년에 처음 출간된 책입니다. 그래서 예로 들고 있는 사업들이 좀 낡아 보입니다. 책의 절반 정도를 저자의 예제로 소화하고 있는데, 아쉬운 점이에요. 초기 닷컴 기업들이 난립하던 시대의 분위기 같은 게 보여서 옛날 생각이 나는 게 개인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쓸모는 다른 문제지요.


시대 배경(?) 외에도 티셔츠나 강의 DVD를 제작해서 소규모로 판매하는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먹힐 전략일까 싶은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홈 카메라로 촬영하고 조잡하게 커버가 인쇄된 DVD를 구매하는 문화가 우리도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재구매율이 형편없을 것 같은 사업이 지속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책의 요지는 성공의 방향을 돈이 아닌 시간으로 보고 이를 위해 생산 수단을 자동화하고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하자.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M.J.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이 생각나는 부분인데, 지금 찾아보니 부의 추월차선이 더 나중에 출판된 책이었네요 (2011년). 개인적으로는 '부의 추월차선'에 비해 노골적으로 목표(개인의 성공과 작은 영달)를 지향하고 있고, 그 사업이란 게 좀 진정성 없게 보였습니다.


저자는 티모시 페리스라는 양반입니다 (제가 가진 첵에는 '팀 페리스'로 적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성공하는 법으로 성공한 사람입니다. 일종의 메타-성공인 같은 느낌이에요. 저자 소개를 보면 신기한 이력들이 많이 보입니다. 4개월간 배워서 미국 우슈 챔피언이 되었다든지. 아주 없는 소리는 아니겠지만, 정직하게 문자 그대로 믿기에는 좀 껄끄럽습니다. 한동안 유행했던 '타이탄의 도구들'을 쓴 사람이기도 하네요.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었습니다. 전반부 한두 챕터만 대강 읽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감이 오는 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비슷한 책들이 많이 나온 터라 그저 낡아서 식상해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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