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에는 ‘김희성’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시종 농담을 던지고 능글거리지만, 통찰과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남들과 다른 방식의 저항을 한다. 언뜻 가벼워 보이지만 가장 많은 희생을 한 인물이다. 나는 그런 입체적인 면모를 좋아하는데, 김희성은 자신을 항상 이렇게 소개한다.
“난 원체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가 멎는 곳에서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오.”
인생을 생각할 때 나는 게임을 많이 떠올린다. 인생은 딱 한 판만 할 수 있는 샌드박스 게임이다. 게임 룰에 맞춰서 재밌고 즐겁게 살면 그만이다. 퀘스트 순서가 조금 꼬여도 괜찮고,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용을 잡거나 특이한 스킬 조합을 사용해도 괜찮다. 남들보다 용을 힘들게 잡을 수도 있고, 내 캐릭터가 조금 약할 수는 있지만 뭐 어떤가. 인생도 그렇다. 나는 한 번밖에 못 하는 인생게임을 남들이 만들어 놓은 사소한 룰들, 남들이 알아낸 육성 공식을 따르며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기왕이면 내가 결정하고, 어쩌면 그래서 실패도 하고 그렇게 내 삶을 내가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진짜 의미 있는 것들은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이다. 그런 것들은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다. 삶을 풍성하게 하는, 말하자면 온전히 나를 위한 것들이다. 유용하고 실용적인 것들 - 그러니까 돈이나 지위나 능력이나 뭐 그런 - 은 그 자체로 의미가 없다. 거기서 오는 무용한 감정들이 중요할 따름이다.
인생이란 무대에 잠깐 섰다가 사라지는 연극 속 배역 같은 것. 나로 산다는 그 자체가 원래 무용하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고 생각하고 겪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지나친 낭만주의에 빠지고 싶지는 않다. 언제나 삶은 현실적인 것이다. 다만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싶을 따름이다. 농담과 웃음 같은 것들.
그런 의미에서 아이를 낳으면 이름을 희성으로 짓고 싶다. 그리고 내 아이는 자유에 대해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 빛날 희 자에 별 성 자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