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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콩쉐이크 Apr 17. 2022

회사에 용감한 사람이 있다

 회사에서 용감한 사람을 봤다. 여기서 용감하다는 말은, 약간의 존경과 약간의 부러움과 많은 의아함을 담은 표현이다. 그러니까, 저 군인은 참 용감하군요 보다는 와 비트코인에 전재산을 박았다고? 용감하네에 가깝다.


 그는 나보다 반년 혹은 일 년 정도 먼저 입사를 한 듯하다.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고, 나이는 나보다 하나 많아 보인다. 그는 불합리한 일에 대해 말하는 것에 거침이 없다. 여기에 적기는 좀 그렇지만, 그의 이력도 좀 안다. 여기저기 관심도 많고 이력도 특이한 양반이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면, 그 사람의 블로그에 모든 게 공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특정하기 쉬운 지금 회사에서의 이력들과 얼굴이 나온 큼지막한 사진도 함께다.


 블로그에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 한가득이다. 시스템이나 조직에 대한 불만도 있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일견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은 부분도 있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공개를 하는 건 좀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옳고 그른 걸 떠나서, 또 회사의 대응도 떠나서 내가 부서원이라면 이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같이 일하기는 싫겠다 싶었다.


 사나흘쯤 지나서 찌라시를 하나 들었다. 누군가 회사 대표에게 메일을 보냈다고, 메일 전문과 함께 사내 메신저로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말투로 보건대 내가 보았던 블로그의 주인장인 듯싶었다. 회사 업무의 불합리에 대한 것들을 적은 메일이었다. 신랄하긴 한데, 알맹이는 없다고 느꼈다. 그 뒤로도 이런저런 소문들이 들려오고 있긴 하지만, 이쯤 하도록 하자. 어찌 되었든 불만 사항은 윗선에 접수가 되었고, 좋든 싫든 업무 환경이 변할 테니 조직으로서는 잘 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일련의 과정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저치는 어떻게 저렇게 자기 생각에 확신을 할까. 일종의 내부고발자이자 모난 돌이 된 셈인데, 조직에서는 어떻게 이를 흡수해야 할까. 기업과 사회의 변화에 있어서 급진주의자의 역할은 뭘까. 다 어렵고 답이 없는 생각들이다.


 화자의 태도가 어떻든, 설사 틀린 소리가 좀 섞였을지라도 이런 양반들이 있어서 조직이 조금씩 움직이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의 행동이 정의롭다거나 올바르다는 걸 보장하는 건 아니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말을 아껴본다. 원래도 그렇지만 이번 포스트는 유난히 알맹이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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