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책을 볼 수 있게 보조금을 지급해준다. 이번에는 이와 관련된 이벤트로 서평 대회를 연다고 한다. 게시판에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남겨주면 일부를 선정해서 선물을 준다고 했다. 금요일에는 마침 부장님도 일찍 퇴근을 했고, 내 옆자리 과장님도 일찍 퇴근을 했으므로. 또 나는 금요일에 유난히 일이 하기 싫은 병에 걸린 상태였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서평들을 구경했다. 일이 하기 싫어서 죽을 것만 같았기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서평들은 대개 비슷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으로 시작해서 '... 를 생각했다'.
죽 읽다 보니 몇 년 전에 했던 고민이 생각났다. 서평이라는 건 도대체 뭘까. 독후감이라는 건 또 뭘까. 구분법이 궁금해서 책도 좀 사서 읽어보고, 인터넷에 '서펑 독후감' 따위를 검색해보기도 했지만 딱히 와닿는 설명이 없었다.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내가 내린 정의는 이거였다.
"서평은 책에 관한 글이고, 독후감은 책을 읽은 나에 관한 글이다"
내 생각에 서평은 책에 집중하는 글이다. 나의 의견을 담을 수는 있지만, 내가 느낀 감상 혹은 감정이나 나의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책이 담고 있는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떤 화두를 던지는지. 어떤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았고, 어떤 점이 다른 책과 다른지. 혹은 비슷한 이런 책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든지. 서평의 독자가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게끔 적는 글이다. 기사나 사설과 비슷하다.
독후감은 나에 관한 이야기다. 독후감을 쓸 때는 독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 뒤에 그 책을 읽으며 했던 고민과 그 답들, 나의 감상으로 이야기가 확장되어야 한다. 나에 대한 탐구이고, 내가 했던 생각들에 대한 복기이며. 책을 소재로 한 에세이다.
뭐 사전적인 정의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사실 둘 간의 구분이 있는 건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는 이렇다. 아마 다른 사람 듣지도 '서평'과 '독후감'을 읽기 전에 기대하는 느낌은 앞서 적은 것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괜히 이제 와서 전에 책을 읽고 브런치에 썼던 글들을 다시 들춰봤다. 내가 썼던 건 서평과 독후감 중간 어디쯤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