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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막냇동생이 본가로 돌아온다?

자립의 어려움

by 페어

나는 엄마랑 동생이랑 산다. 막냇동생은 자취를 하고 있다.


막냇동생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 4~5년은 한 듯한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러고도 더 한다는 공무원 준비를 가족들은 그만하라고 말렸다. 그렇게 막냇동생은 공무원 준비를 포기했다. 그러더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자취를 한다고 본가에서 나갔다. 그런 막냇동생이 이번에 다시 본가로 돌아온다고 한다.


막냇동생은 나와는 9살 차이가 난다. 공무원 준비기간부터 말을 별로 안 했고 자취를 나가서 더 소원해졌는데 그 탓에 서로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는 사이였다.


그러다 한 번은 동생의 자취방에 갔을 때 너무 지저분해서 놀랐다. 저장강박증까진 아니더라도 온갖 물건이 방안에 가득 차있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나는 본가로 들어오기 전에 방 한 칸을 비워둘 테니 물건 정리를 많이 하고 오라고 일러두었다.


그때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언젠가부터 가족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비 20만 원만 내고 본가에서 밥 먹고 살고 있는 것 자체가 조금 미안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하시는 엄마 대신 집에서 백수 기간 내가 집안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전적으로 맡아서 하는 건 아니니까.


막냇동생은 나에게 그래도 언니는 취업했던 20대 후반부터 생활비를 적지만 꾸준히 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자기는 30살인데 아직 취업이 안 돼서 생활비 한 번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고 있는 막냇동생은 본가에 들어가더라도 취업 전에는 생활비를 못 낼 것 같다고 말했다.


막냇동생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내 처지도 내 처지지만 서른 살 동생은 대학 졸업 후 알바만 해봤지 취업을 아직 한 번도 못했다. 경기 불황과 함께 신입을 잘 뽑지도 않은 풍조 등등의 이유로 동생의 취업은 언제가 될지, 그 시간이 너무나 길어지고만 있었다.


취업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막냇동생과 같은 젊은 청춘들 많을 것이다. 나도 헤매는 중이라 뭐라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뭔가를 말한다면, 어떻게든 막연하게나마 스스로 길 찾기를 시도해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 길로 조금씩 나가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또한 험난한 취업으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진 마음을 먼저 챙겨야 하는 청춘들도 있을 것이다. 마음 건강, 몸 건강이 우선이니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막냇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다.


"다시 본가에 들어와도 따뜻하게 맞이해 줄게. 그렇다고 너무 집에만 있지 말고, 밤낮 바뀌는 생활패턴 버리자. 건강 생각해서 운동하고, 취업준비도 같이 해보자. 그럼 잔소리는 여기까지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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