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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마음 챙김

자존감 찾기

by 페어

백수가 되면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 고작 돈을 안 벌고 있을 뿐인데. 그러나 고작이라고 표현할게 아니었다. 밥벌이를 위한 돈 벌기는 자존감 형성에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일을 할 때의 나와 자연의 나는 달랐다. 백수 수개월째, 나는 사회적 자아를 벗고 나 자신으로 돌아왔다. 일할 때는 목표가 있었고 뭐든 잘하려고 버둥거렸고, 일을 잘 해낼 때는 성취감도 맛보았다. 하루하루 치열했다. 자연의 나는? 어떤 목표도 목적도 없이 속절없이 시간만 보내곤 한다. 백수가 되고 지난 수개월을 어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그냥 흘려보냈다.


그런 백수생활을 하면서 일상의 편안함을 느낄 때도 사실 많았지만, 취업이 계속 안 될 때는 무력감과 좌절감이 들기도 했다. 돈이 떨어질 때마다 불안감이 느껴졌다. 미래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흘러나왔다. 백수는 누구보다 마음 챙김이 필요했다.


너무나 잘 알려진 법륜스님 즉문즉설 마음공부에 도움을 받았다. 즉문즉설을 들으면 마음이 무척 편안해진다. 듣다 보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의 고민도 나오는데 참고해보기도 하고 나 자신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기도 한다.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듣다가 불교대학도 다녔다. 불교대학은 입학비 얼마간 내고 다닐 수 있는데 배우고 깨닫는 게 많기 때문에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또한 노래를 들으면 마음도 편하고 밝아지기 때문에 일상 중에 많이 듣는다. 주로 유튜브에서 다양한 플레이 리스트를 찾아 듣는다. 주로 희망 노래나 밝은 노래를 검색해서 플레이 리스트를 듣는 편이다. 팝송은 가사를 잘 모르니 그런대로 듣기가 편안하고, 학창 시절에 들었던 90년대 한국 노래를 들으면 더없이 신이 난다.


백수생활을 하면 그 많은 자유시간을 다루지 못해 외로울 수도 있다. 그럴 때면 라디오를 들으며 적적한 마음을 달랜다. 유튜브가 대세인 요즘 시대에도 나는 라디오를 병행해서 듣는다. 어떤 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틀어둘 때도 많다.


나는 KBS 라디오 청취자다. 콩 어플을 깔아 두고 2시간마다 진행자가 바뀌는 라디오를 듣는다. 진행자가 읽는 사연 이야기와 노래를 듣다 보면 시간이 부쩍 잘 다. 무엇보다 라디오는 틀어놓고 다른 일을 같이 병행하기가 좋다.


백수 생활을 할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나 자신이 나 자신을 즐거운 상태,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활력도 생기고 내 마음도 좋고 자존감도 올라간다.


마음 챙김을 잘하면서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면 절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불안하지 않고 괴롭지 않게 시간을 잘 지낸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한 하루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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