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힐링 공간
평일에 조금 심심하다 싶을 때가 있다. 엄마, 동생이 일찌감치 출근하고 집에 남은 나는 무얼 할까? 집에서만 온종일 보낼 때도 있지만 밖으로 나갈 때는 잘 가는 곳들이 있다. 바로 헬스장, 공원, 도서관이다.
헬스장은 구민체육센터로 다닌다. 헬스를 주 3회 정도 꾸준히 가는 건 잔소리를 잘 안 하는 엄마가 나에게 당부하는 단 한 가지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나에게 헬스를 강조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 몸과 마음 건강을 위해 몸을 움직이라는 것. 그리고 살이 쪘기 때문에 살 빼기 위해서 운동하라는 것. 그리고 집 화장실에서 씻지 않고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씻고 오라는 것이다.
헬스장을 오전에도 가보고 점심 먹고도 가보고 저녁시간에도 가보았는데 이른 오전이 전체적으로 사람이 꽤 많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들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많다. 오후에는 오전보다는 사람이 조금 적어서 그때 가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저녁에는 젊어 보이는 사람들이 주로 다닌다.
노년 및 중장년 분들은 운동을 꽤 열심히 하신다. 그 열정에 나도 꾸준히 다녀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도 헬스장에 다닌 지는 꽤 되었는데 운동을 설렁설렁 한 날이 많았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둔 후부터는 조금 더 열심히 한다.
예전에는 운동시간 1시간이 너무 귀찮고 하기 싫어했다. 특히 러닝머신 30분 타기가 고역이었다. 앞에 티브이가 있어도 시간이 잘 안 갔다. 요즘에는 근력운동 20분에 러닝머신이나 실내 자전거 40분은 꾸준히 잘 타고 있다. 예전보다 수월해졌다.
꽤 넓어 갈 만한 공원은 집과는 좀 멀리 있어서 산책할 때면 집 근처 근린공원에 간다. 오전에는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는 할아버지들 외에는 별로 사람이 없다. 오후에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벤치에 앉아계시는데 주로 햇빛을 쬐러 나오시는 것 같았다.
인근 초등학교 하교시간인 오후시간에 가면 아이들도 대거 있다. 공원에서 그네도 타고 정글짐도 올라타고 재잘거리면서 잘들 논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벤치에 앉아있으면 소음으로 느껴지기보다는 활기가 느껴져서 마음이 좋아진다.
동네 도서관은 공원을 거쳐서 15분 정도는 더 걸어야 나온다. 생각 외로 평일 낮에도 사람이 꽤 있다. 나는 한 자리를 맡아두고 이런저런 책을 읽다가 온다. 근데 생각보다 빨리 졸려온다. 도서관의 아늑한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럴 때면 커피를 마신다거나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재정비를 마치고 자리에 앉는다. 집중이 잘되는 날은 책을 읽고 그래도 집중이 잘 되지 않으면 노트에 펜을 끄적거린다.
오전에 도서관에 갈 때면 도시락을 싸간다. 도서관에 도시락을 먹을 만한 휴게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나는 주로 볶음밥을 해서 보온도시락통에 넣어온다. 볶음밥에 따끈한 라면 국물까지 더해지면 만족스러운 식사 한 끼가 된다. 물론 도서관 주변에도 맛집이 있기에 어쩌다 한 번씩 이용하는 편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면 주로 신착도서 코너를 한번 훑어본다. 그리고 밀리의 서재에 담아두었지만 종이책으로 읽고 싶은 책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요즘에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미니멀 라이프 관련 책들을 읽는다. 지금은 엄마 옆에 붙어서 같이 사니까 조금 그게 어렵긴 하다만 내가 지내는 방만이라도, 우선 군더더기 없게 하고 싶다. 되도록 인생을 간결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그리고 미니멀 라이프를 인생의 철학으로 삼고 최대한 물건을 늘리지 않고 살고 싶다. 물건으로 복잡해진 집에서도 여백의 미를 즐기고 싶다.
미니멀 라이프로 이야기가 샜지만 아무튼 헬스장과 공원 그리고 도서관은 백수가 가기 좋은 힐링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