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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는 어떻게 취업하는 걸까

사회부적응자? 구직단념자?

by 페어

나는 만 39세라는 나이에 취업, 돈 벌기, 자립이라는 숙제 다 못하고 계속 헤매고 있.


남들은 어떻게 취업해서 회사에서 일하는지, 백수생활 수개월이 넘으니까 경기 불황에 회사에 붙어있는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다.


그런데 나는 사실 오래전부 어떤 소망을 품었었다. 바로 글쓰기로 먹고살고 싶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어쩌면 뻔뻔한 마음이었고, 높디높은 이상이었다.


대학시절 한 회사로 아르바이트를 갔을 때 그곳에서 한 직원분이 나에게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할 거냐고 물었다.


"전 회사 안 다니고 글 쓸 건데요."


그 직원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렇다면 아마 먹고살기 힘들 것이라며 글쓰기는 취미로 하라고 조언했었다.


나는 대학시절 조금 이상(?)다. 남들 다하는 토익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고 컴퓨터도 마찬가지였다. 운전면허증도 없고 어떤 자격증 하나 없었다.


대신 학보사 활동을 했었는데 지면에 내가 쓴 기사가 나오는 게 재밌었다. 기사가 여론을 형성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 신기했다. 글의 힘을 그때 새삼 느꼈던 것 같다.


대학 졸업 후 나는 용케 작은 신문사의 기자, 디자인회사의 에디터, 홍보대행사의 블로그 작성자 등의 일을 했었다. 내 나름대로는 이상을 현실에 반영하고 타협해서 먹고 살아온 것이지만 회사에서 하는 상업적 글쓰기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처지에 그런 걸 따져야 할까, 배가 부른 건 아닐까,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잘 쓰는 것도 아니잖아, 여러 마음이 드는데 솔직한 현재의 마음으로는 이제는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내 안에 깊숙하게 자리 잡아있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쓰는 건 또 달랐다. 문제가 있는데, 나는 매우 샤이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대면으로도 무척 그렇고 비대면인 인터넷상에서도 그렇다. 나를 드러낸다는 것은, 내 일상 이야기를 드러낸다는 것은 어떤 어려움과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다가 40이 다 되어 다음 브런치에서 내 이야기를 쓰고 있다니 나 스스로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싶다.


브런치의 글쓰기 프로젝트와 별개로, 백수 된 지 수개월째라 이러다가 사회 부적응자가 되는 건가 싶어서 또 마음은 급해졌고. 구직도 몇 군데 해보았고 면접도 몇 번 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물론 내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어 일에 대한 확신이 없고 절박함도 없이 일해야 한다는 의무적인 마음으로 구직과 면접에 응한 것이 패인이 아닌가 싶다.


올해 들어서는 내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더 고민했고 그 고민으로 인해 낭비한 시간들은 빨리흘렀고 취업에 있어서는 거의 구직단념자가 되어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백수생활 중에 왜 내 이야기를 쓰는 일까지 굳이 소환했을까. 그건 아마도 현실에서 취업이 잘 안 되고 어려우니 현실에서 도망쳐서 나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꿈으로 안착하려고 한 건 아닐까.


그렇다 하더라도 이게 뭐 잘 못된 일도 아니잖아. 도망치면 뭐 어때, 싶었다. 그런데 나는 다시 내 소망이 잘 안 풀린다면 현실로 도망가 취업을 하고 현실에서 취업이 안되면 다시 내 소망으로 돌아가서 밥도 죽도 안되고 시간만 까먹는 상황이 올까 봐 염려가 되었다.


이왕 내 소망으로 도망쳐왔다면 이제는 그 소망을 위해 노력을 한다. 이번에는 회사에서 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그냥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글쓰기를 내가 좋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에서의 돈 벌기와 내 소망을 굳이 구분하지 말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양립해 보자는 생각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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