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라면 더더욱이요
백수라 들어오는 돈이 없고 나가는 돈만 줄을 잇는다. 가뜩이나 상황은 경제 불황인 시기인데 큰 일이다. 나가는 돈은 보험비, 휴대폰비, 헬스비, 교통비 그리고 엄마에게 드리는 생활비 20만 원이 고정으로 나간다.
조금씩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볼 때면 마음이 조금 급해진다. 뭐라도 해야 했다. 취업이 가장 좋겠지만 그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앱테크, 짠테크, 무지출 챌린지 등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떴다. 나도 저런 유튜버들처럼 앱테크라도 해볼까 했다. 설문조사, 만보 걷기, 미니 게임, 이벤트 등등. 땅을 파서 10원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해 보기로 했다. 남들은 일찍부터 하던 것을 나는 이제야 하게 된 것이다.
결과, 나는 앱테크를 며칠 뒤 금방 포기했다. 얼마간은 몰두하며 열심히 했지만 너무 피곤했다. 눈이 시렸고, 배터리도 많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귀찮기도 했다. 앱테크 하는 사람들이 참 부지런하게 느껴졌다.
은행 이벤트에서 공짜 커피 쿠폰도 얻는 등 수확도 있었지만 나는 멈췄다. 다양한 엡테크 어플들을 지우고 손목닥터 9988과 토스뱅크만 남겨두었다.
앱테크는 접어두고 짠테크를 한다고, 나는 물건을 안 사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쓸 돈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고, 집에 있는 건 다 있었다.
안 입는 옷을 팔아볼까 해서 들어간 당근에서 나는 산 지 1년 된 40만 원 노트북을 발견하고, 사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노트북은 있지만 7년 되었다. 어댑터를 꽂을 때 가끔 잘 빠져서 그렇지 별 이상이 없기는 했다.
컴알못이지만 산지 1년 되었다는 말에, 가격도 착하다고 생각해 사려고 했다. 동생이 급하게 말렸다. 전자기기는 잘 알아봐야 하고 중고보다는 새것으로 사라고 조언했다. 말이 안 들렸다. 판매자와 약속을 잡았다.
동생은 나를 설득했다. 지금 노트북이 있지 않느냐고, 불교에서 있는 물건을 또 사라고 가르쳤냐고, 중고거래 사기도 많다고 하면서. 그런가? 어 그러네. 잠시 이성을 잃었던 나는 결국 구매를 취소했다.
짠테크 하기로 해놓고서 바로 이렇게 몇십만 원이나 하는 물건을 사려고 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그 기저에는 뭣이 있었을까. 좀 더 좋은 노트북을 갖고 있으면 나는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거야. 여러 가지 강의 영상도 잘 들을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나는 좀 더 성장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상상했었나.
짠테크의 고비를 넘어 무지출 챌린지는 계속하려고 하고 있다. 드문드문 무지출 데이가 이어지고 있다. 단 먹거리는 줄이기가 어려웠다.
예전에는 외식하고 카페 가는 것을 좋아했다면 지금은 그 비용이 사실은 조금 아깝게 느껴진다. 친구도 잘 안 만나고 어쩌다 한번 만나면 백수라서 커피를 얻어먹기도 한다. 엄마가 시장에서 사 오는 야채, 고기 외 가끔 내가 먹고 싶은 가공식품은 마트에서 배달시킨다. 그것도 기본 5천 원 쿠폰을 받을 때만 사용한다. 5만 원 이상 사야 하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매달 들어오는 돈 없이 있는 돈을 까먹고 있는 나는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어려운 경제 불황을 뚫고 취업하기.
두 번째, 회사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돈 벌기.
세 번째, 조금씩 자립의 토대 만들어가기.
현실적으로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이런 과정들을 수행할 수 있을까. 잠시 무거워진 마음으로 그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