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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자립을 한다면

진짜 어른 되기

by 페어

연재를 하면서 나의 화두는 자립이었다. 그런데 현실 속에서는 마흔의 백수 캥거루족일 뿐이다. 그래서 괴리감을 크게 느낀 게 사실이다.


마흔쯤 된다면 자립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자립은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나이 또래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다들 자립을 하는 걸까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다 보면 자립에 대한 사연이 나오는데, 본가에 살더라고 내가 앞장서서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렇게 주체적으로 살면 자립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나 스스로를 돌아볼 때 자립의 수준까지 못 미친 것 같았다. 물질적으로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심리적으로도 엄마와 동생과 건강한 거리 두기를 하지 못한 듯하다. 또한 주체적이기보다는 의존적인 편이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평가가 박한 편이라,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의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도 나에겐 아직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 의존적인 삶에서 주체적인 삶으로 나아갈 시간이 있는 것이다. 평생 가족들과 살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길이 자립이기에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노력해야 한다.


자립은 나 자신을 온전히 책임지는 일이다. 그러니 일상생활에서 쓸 돈도 당연히 필요하고 건강도 스스로 챙겨야 한다. 당당한 삶을 꾸려가는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밥벌이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컴퓨터 자격증을 공부 취득한는 계획이다. 봄은 여행 가기 좋은 계절이지만 나는 열심히 공부를 하기로 한다.


또 하나의 과제는 의존적인 모습을 버리는 것이다. 물론 때론 가족들에게 의존할 수도 있지만 그게 습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건강한 거리 두기를 위해 나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혼자 여행이든, 식당에 가서 혼밥을 하든, 어떤 어려움이 생기면 혼자 감당해 보든, 이것저것 혼자서 지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나는 갈 길이 멀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내 속도대로 가보겠다. 언젠가 당당하게 자립할 날이 분명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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