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이다. 벌써 봄기운이 물씬 난다. 기온이 많이 올라 따사로운 날도 있었다. 그때는 현관문을 열고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등 부지런을 떨었다. 나만 따뜻한 햇살이 반가운 것은 아니었다. 겨울 내 얼굴을 보기 어려웠던 동네 사람들도 저마다 나와 있었다. 옆집 아저씨는 밖에서 자동차를 닦고 있었고, 앞집 아주머니도 집 바깥에서 주변을 정비하고 있었다.
봄의 기운을 느끼면서 나는 왠지 모르게 이번 겨울은 짧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쉬운지를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모든 것이 적절하게 좋은 겨울이었다.
꽃피는 봄이 오려면 조금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봄이 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 그 에너지에 힘입어 조금씩 움직여보겠지만 조급함은 금물이다. 나는 조금씩 나아가고 나아지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놀면서 버티는 사람의 하루>는 40대 미혼 백수로 지냈던 나의 겨울 일상을 담아냈는데, 쓰는 동안 다시 내 삶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전에 내가 쓴 에세이 <마흔인데 자립을 못했습니다>, <1년을 놀아보니>와 결이 비슷해서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나는 조금 더 깊숙한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보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나는 이 일상 이야기들을 한 번 더 다듬어, 작고 귀여운 결과물로 묶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내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나만의 지도가 되어갈지 궁금해하며 천천히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언제가 쓸 다음 에세이는 읽는 이들에게 좀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지금은 조심스럽지만 기분 좋은 마음으로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본다. 그리고 점차 따뜻해지는 봄이 되면 바깥으로 나가 꽃구경도 하고 피어나는 나뭇잎도 살펴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다. 그렇게 봄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조금씩 웅크려있던 몸을 일으킨 뒤 기지개를 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