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 아닌 곳에서 하는 독립연습

by 페어

초등학교 때부터 쭉 같은 집에 살았다. 벌써 이 집에 산지 30년이 넘는다. 가족들과 함께 머무는 이 집은 고모 명의의 주택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말씀하시길 고모와 본인 그리고 가족의 돈을 모아서 샀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이 집이 우리 집이라고 마음 놓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버지의 말을 다 믿을 수도 없었고, 언젠가 듣기로 고모는 본인의 힘으로만 이 집을 샀다고 했다. 나는 그래서 그 수많은 세월을 얹혀살았다고만 생각했다.


내 집이 아닌 곳으로 간주하였기에 나의 관심사는 항상 독립이었다. 나는 한때 셰어하우스 3곳을 옮겨가면서 몇 년 간 독립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본가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본가에서 살아왔으니 이 집이 편안했고, 어머니와 동생들과 같이 사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이로웠다.


그렇다 하더라고 집 컨디션은 나쁜 편이었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집에 돈을 들이는 걸 꺼려했다. 더불어 가족들은 언젠가 이사를 갈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다가 작년에는 안 되겠다 싶어서 마음을 먹고 옥상 방수와 도배, 장판을 새로 하였다. 이렇게나마 집의 컨디션을 보강한 것은 미국에 있던 고모 내외가 한국으로 들어와 아래층을 수리하고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리한 집이니 고모가 한동안은 집을 팔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족들은 이제서라도 집에 최소한의 돈을 들여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다.


이곳에 30년 넘게 산 덕분에 잡다한 물건으로 가득 찼는데, 방에 도배, 장판을 할 때는 마루와 부엌에다가 한데 짐을 모아두니 가관이었다. 도배, 장판을 끝낸 뒤 물건 정리를 해야 했는데 그나마 내가 가족들 중 가장 짐이 적어 청소할 게 적었다.


나는 돈은 없었지만 언제든 기회가 되면 다시 떠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래서 침대 같은 무거운 가구도 없다. 그저 작은 책상 하나와 의자만 갖고 있다. 책도 10권 남짓만 있고, 가방도 몇 개 없고, 사계절 옷도 하나의 옷장에 다 담긴다. 대신 자잘하게 화장품이 조금 많은 편이다. 그것도 하나씩 소진하고는 더 이상 쟁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이 집에서 살면서도 이 집에 기대어 살지는 않으려고 한다. 물건을 늘리지 않고, 언제든 나갈 수 있는 사람처럼 생활한다. 돈을 벌어야 비로소 독립할 수 있을 텐데, 그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집에서 몇 년째 독립 연습만 하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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