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초기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들 한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그 최선 때문에 가슴 끝 깊숙하게 사랑한 마음 때문에 매번 겁이 더 많아진다.
마음속에 넣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넣었던 마음을 다시 꺼내야만 하는 건 더 힘들다.
해봤으니까 어떤 건지 알아서
상대와 서로 잘 맞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전과는 다른 사랑을 해보고 싶어서
또는 똑같은 패턴으로 실패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간다.
처음에는 뾰족한 모서리가 있던 서로의 네모 마음이
다투고 아프고 풀리면서 점점 둥글게 다듬어진다.
평생을 서로 모르고 살던 둘이 만나 함께 일상을 공유하기가 쉽지만은 않으니까
한 달, 두 달 그리고 일 년... 서로를 배려하면서 그렇게
사랑의 유효기간은 1년, 혹은 길어야 2년이라고 한다.
그 이후에 서로 친구처럼 편한 사이가 되지 못하면 각자의 길을 가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아프고 지쳐서
서른 중반 헤어짐과 그 후의 과정이 벅차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친구와의 대화 중
친구 “난 어쩌면 시한부 같은 사랑을 했던 것 같아. 처음부터 잘 안 맞는 걸 알고 시작했으니까”
나 “알지만 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 또한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까”
친구 “응 그러게, 근데 있잖아 또 누굴 좋아하게 되면 그게 원동력이 돼서 그 어려운걸 또 시작하게 되더라”
먹먹......
그 누구 때문도 아니다. 서로 맞지 않았을 뿐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으면 이제 그만 충분한 걸로
마음대로 되지 않겠지만
삼십 대의 사랑은 이십 대처럼 격하지 않고
담백한 것도 방법일 것 같다.
눈물이 없어도 슬퍼 보이고
미간을 안 찡그려도 아픈 게 보이니까
171026
한 곳만 바라보느라 신경 쓰지 못한 것들이 이제야 보인다는 친구에게,
괜찮다고 우린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언제나 그 자리에 항상 있어주는 사이라고 다독여주던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