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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진 Jan 31. 2023

나는 행복이 조금 무섭다

행복이 무서운 겁쟁이에게

 정확히는 26살의 봄, 벚꽃이 만개하던 16년. 그 누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누가 뭐래도 행복을 만끽할 자신이 있었다. 그 자신감은 몇 개월이 채 가기 전에 산산조각 나 버렸다. 타인의 시선이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남들이 내게 해준 조언들도 마음을 깊이 파고들었다.


 길어야 1년, 짧게는 두 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 나를 스쳐간 사람들은 그렇게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그 시간을 보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내 행복의 시간은 왜 이리도 짧은 것인가.


 스치기만 해도 인연이라는데 그 사람들은 그저 인연이라는 옅은 향기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그러면서 조금씩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행복하면 불안을 느꼈다. 권태가 주는 지루함도 잘 참아내지 못했다. 그런 사람이었다.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행복을 겁내는 겁쟁이.


 문제의 원인은 나였다. 행복을 견디지 못하는 나에게 있었다. 왜 그럴까. 아니 이런 관계가 과연 나만 그런 것인가. 지난 관계에 대한 트라우마들이 여전히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며 나를 괴롭힌다. 사람이 무서워졌고 사랑이 무서워졌다. 불안이 짙어졌다.


 불안이 짙어졌다는 건 다시 내가 행복의 길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겠지. 지금의 행복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그다음, 또  그다음에 찾아올 과정들을 걱정하는 내가 오늘은 더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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