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의 한 장이 죽은 후에야 다음 장으로 들어설 수 있다.
추석을 마무리하던 수요일 밤, 알 수 없는 미묘한 우울감이 제 마음에 물밀듯 밀려왔습니다. 평소 하지 않던 걱정들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기분에 심장이 터질 듯,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에 잠시라도 잠을 이룰 수 없을 듯하여, 평소 즐겨듣던 고 이희돈 장로님의 간증을 들으며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온라인으로 새벽기도회를 누운 채 참석하였습니다. 그냥, 제 나약한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이 세상을 창조한 거대한 신을 부여 잡아야만 조금은 진정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새벽기도를 하고, 조금은 안정된 마음으로 눈을 다시 감았습니다.
띠링.
이메일 한 통을 받으며 다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10월 2일이 출간 예정일이었던 제 두 번째 책인 "영어책 읽기로 수능 만점 갑시다"가 계획보다 일찍 출간이 되었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지난 밤, 불안하던 시간을 잊어버릴 정도의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인용구가 떠올랐습니다.
"모든 변화는 늘 우울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뒤에 남기고 떠나는 것은 어쨋거나 우리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의 한 장이 죽은 후에야 다음 장으로 들어설 수 있다."
아나톨 프랑스
해가 뜨기 바로 직전인 여명이 가장 어둡다는 말을 저는 제일 좋아합니다. 삶에서 힘든 순간이 오면, 여명이 가장 어둡다는 말을 홀로 되뇌입니다. 가장 어두운 순간이 찾아왔다는 건, 곧 환하게 빛날 일출이 시작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영어책 읽기로 수능 만점 갑시다"를 출간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처음 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퇴고하는 순간까지 제 마음을 사로잡은 하나의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 책이 제 삶의 전환점을 맞이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이었습니다.
제게는 오랜 꿈이 있습니다. 작가가 되어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와 희망을 전해주는 일이었습니다. 삶은 고해이며, 버티며 살아가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고귀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일의 희망을 저버린 채, 오늘을 끝으로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처음 영문학을 전공하기로 다짐하던 순간부터 저는 단 하나의 꿈과 목적을 향해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글로서, 말로서, 버티는 삶이 얼마나 가치있고 아름다운 지, 그리고 우리는 결국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삶은 녹록하지 않았고, 저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제게 주어진 작은 일에 충실하는 법을 먼저 배웠습니다. 그렇기 시작한 제게 주어진 작은 일, 영어책을 통하여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이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교육의 본질을 글로 적어 내려갔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었지만 차마 다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갈 때, 제게 이 책이 제게 강사로서의 마침표이자 작가로서의 시작이 될 거라는 마음이 강하게 찾아왔습니다.
사실 삶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꿈을 꾸고 다음을 계획하여 나아갈 뿐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다음 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교육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제 감정과 생각들을 진솔하게 적어 책으로 출간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적고 싶었던 글들을 적다보면, 어느 순간 목적지에 도착해있지 않을까 합니다.
새벽 4시 반, 가장 어두운 시간에 가장 희망찬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이 제 작가로서의 본격적 시작이 되길 바라며, 다시 눈을 붙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