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어렵더라도 벽돌책을 탐독하는 즐거움이 인생이 주는 이로움
브런치에 글을 적겠노라 다짐을 하였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9월 마지막 주가 되면서 영어도서관 매출 마감을 진행하기 전에 상담을 마무리해야 하면서 정신 없는 하루르 보내고 있습니다. 업무 중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기 위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은 책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영어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전에는 대학생이나 성인이 읽었던 인문고전들을 읽는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특목자사고를 진학하기 위해서는 '이기적 유전자'나 '사피엔스' 같은 비문학서는 필수적으로 읽고 생각들을 정리하여 면접을 준비합니다. 또한 대학 진학에 앞서 생기부를 작성할 때에도 예전 학부모 세대가 즐겨 읽었던 소설이나 고전이 아닌, 아이가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의 특정한 책들을 읽고 논술 준비를 진행해야 하는 추세입니다.
저는 제가 책 읽는 행위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난도 높은 책을 읽히는 것을 상당히 즐깁니다.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삶과 세상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거리가 많은 책들을 선정해주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교류하는 건, 상당히 즐거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아이들에게 꼭 읽혀기로 다짐한 책 목록을 작성하였습니다. 사실 읽히고 싶은 영어원서는 너무나도 많지만, 그래도 이 책들은 꼭 나와 함께 읽고 고등학교를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도서를 뒤적거렸습니다.
사피엔스, 정의란 무엇인가, 인간 본성의 법칙, 정리하는 뇌,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자본론, 국부론, 총균쇠, 무든 순간의 물리학
책 목록을 적으면서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20대 시절, 제 청춘을 함께한 책들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애덤 스미스라는 이름을 보자, 추억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자취를 할 때, 친구가 놀러왔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신기하다는 듯 이야기했습니다.
"집에 국부론이 있는 건 처음보네."
국부론은 사실상 최초의 근대 경제학 책으로 '보이지 않는 손'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자본주의적 사고를 가진 저는 어린 시절부터 '보이지 않는 손'이 너무 논리적이라고 생각했고, 대학에 진학하여 애덤 스미스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애덤 스미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자신의 저서였던 '도덕감정론'을 알게 되면서 대학가를 돌며 책을 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20대 시절, 저는 인문, 고전, 철학, 사회,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벽돌책을 돌파하면서 저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기 바빴습니다. 책의 두께가 두꺼워지면 두꺼워질수록 제 내면도 함께 단단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점차 세상에는 즐길거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순간의 즐거움을 제공해주는 다양한 매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리고 머리가 복잡한 벽돌책들을 읽여야 하는 이유는 사람이 되기 위해라고 설명합니다.
제 20대는 풍요롭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그 어느 시절보다 풍요로웠습니다. 몸은 현실이라는 공간에 갇혀있을 때도 있었지만, 마음은 자유를 만끽하며 성장하였습니다.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닿기 위하여 끊임없이 지식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합니다. 독서를 통해 세계관을 확장해가고 생각을 만들어나갈 때, 우리는 본질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지혜롭게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가끔 저는 어린 시절부터 다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습니다. 10대 때부터 알았더라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어 다양한 벽돌책을 읽어보았더라면 내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해봅니다. 책이 어려워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읽을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종종 있습니다.하지만 이해를 하고, 하지 못하는 단순한 "학업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단순히 독서를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세상을 상상해보고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완벽한 이해'는 독서에서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자가 쓴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는 독자는 드뭅니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잘 엮어내는 것이 역할입니다. 그리고 독자의 역할은 저자의 생각과 자신의 삶을 녹여 세계관을 창조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해하기 쉬운 책이 아닌, 조금은 (혹은 엄청나게) 어렵다라도 완독을 목표로 나아갈 수 있는 독서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 퇴근하여 집에 가면 이기적 유전자를 먼저 펼쳐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