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만날 때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하는 단 하나의 진실
오늘은 임시공휴일로 출근하지 않고 이서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서를 볼 때마다 어떻게 소중하고 예쁜 생명체가 내 삶에 들어와 기쁨과 행복을 주는지 미묘하지만 신기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나 역시도 엄마에게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쁨과 행복을 주는 시간이 있었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엄마의 뱃속에서 나와 영아기, 유아기를 거쳐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교에 진학하고 고등학생이 됩니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는 이 모든 소중한 시간을 현실에 치여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꼭 기억하려고 하는 단 하나의 진실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나 역시도 좌충우돌하며 성장하는 시간을 가졌던 작고 연약했던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아직 우왕좌왕 성장하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 제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어준 사실이 내가 대하는 대상이 "아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서툴고 모르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합니다. 우리도 똑같이 어른들의 배려와 이해를 받으며 성장하였지만, 종종 우리가 받은 배려와 이해는 잊어버리고 아이들에게 어른과 같은 사고와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꺼내줄 수 있는 어른들의 가장 중요한 자세는 바로 인내입니다. 그리고 그 인내를 가능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추억은 바로 '나 역시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강사들을 만나다 보면, 유독 아이들에게 냉정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강사라는 직분이 있기에 겉으로 티나지 않도록 숨기기 위해 노력하지만, 강사의 시절을 경험하며 올라온 제 눈에는 그 미움이 눈에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강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왜 알려준 걸 기억하지 못하죠?"
그럴 때면 '선생님은 제가 알려준대로, 하라는대로 제대로 하지 않잖아요.'가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꾹꾹 참으면서 아이의 입장을 강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줍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유명했던 한 목사님의 장례식에서 사모님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드디어 인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너무 오래전에 들었던 말이라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 한 마디가 제 가슴에 강하게 날아왔습니다. 인간은 마지막 목숨을 넘기는 순간까지 배우고 성장합니다. 조금 인생을 살아봤다고 정답을 아는 듯 말하지만, 막상 인생을 알지 못합니다. 나약한 인간이라는 몸에 들어와, 끊임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면서 배우고 성장합니다. 우습게도 우리는 먼저 태어났다고 아이들에게 진리를 깨우친 듯 가르칩니다. 하지만 우리는 순수하고 솔직한 아이들에게 오히려 배울 점이 더 많습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아닌 진실을 우리는 '현실'이라는 말로 둔갑한 가림막에 눈을 가려 제대로 세상을 보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대할 때,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 때, 항상 저는 나 역시로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고 존중합니다. 또한, '어른'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살아가는 나 역시도 아직 실수하고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가기에 조금 더 실수하고 상처를 주고 받아본 사람으로서 품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이들에게 실수하고 성장할 기회를 제공할수록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 자체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완벽한 인생을 좋아하는 한국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보듬는 완전한 세상을 꿈꾸어야만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완벽한 인생은 존재하지 않지만, 진심이 모여 퍼즐 조각처럼 서로의 부족함을 함께 채워나갈 때, 완전한 세상은 가능합니다. 그리고 교육은 완벽한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