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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밸런스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아이와 지지고 볶으며 서울대 보내기/내가 억만장자가 되어 해외대 보내기

by 주진주

저는 학원가에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초중등 학생들을 만나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사교육 시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키울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결혼을 하기 훨씬 전부터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학원을 보내서 학교를 어디로 진학시킬 것인지, 세세하게 계획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아이가 빠져있었습니다. 사교육 시장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날 때면, 우리는 거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를 결코 아이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학부모들은 막연하게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이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고, 특히 학업에서 발생되는 작은 실수조차 허용하지 않는 냉정한 자세를 취할 때가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가 영어 철자를 틀린다고, 초등 고학년이 자신의 생각을 적는 동안 사소한 문법을 틀린다고 엄청난 문제로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학원을 찾아다니면서 아이를 다그칩니다. 이런 현상들을 바라보면서 제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저를 힘들게 하던 하나가 있었습니다. 나는 내 나이 또래에 맞춰 생각하지만 엄마는 항상 부족하다며 다그쳤습니다. 엄마가 보기에 너무 황당하고 어린 소리를 할 때면 제게 생각이 없다는 말을 종종하였습니다. 그 때마다 저는 그런 말을 했습니다. 엄마의 10대는, 20대는 얼마나 성숙했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며 다그치기 전에, 우리의 어린 시절을 보며 진실된 모습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낳기 전, 세웠던 무수히 많던 계획을 출산과 함께 모두 없앴습니다.


교육을 하기에 앞서 아이의 성향, 학부모의 성향, 그리고 동네 환경 등 고려하여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성향이지만 학부모의 성향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이는 느긋하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하지만, 학부모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와 반대로 학부모는 어린 시절부터 승부욕이 강하여 전투적이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결혼을 할 때에는 같은 성향의 남녀가 만나기 보다 반대 성향의 남녀가 만나기 때문에 주양육자와 성향이 맞는 아이가 나오기도 하고, 반대의 아이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이의 성향을 기다려줄 수 없다면 학부모가 아이를 다그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리 계획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저는 출산을 하고 나서, 제 성향을 조금 더 진실되게 바라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깨달은 사실은 저는 시작된 싸움에서 지는 걸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시작되면 이겨야 하기에, 육아에서도 비슷하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만약 제 성향이 아이의 교육에서 나타난다면 엄청난 싸움을 어쩌면 예고되는 수순이었습니다. 아이가 1등을 하지 못하거나, 제 욕심을 충족시켜줄만큼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저는 여느 학부모와 같이 아이를 다그치며 학원을 이리저리 옮겨다닐 것만 같았습니다. 또한, 저는 놀러다는 걸 훨씬 좋아하며 제 논리에 어긋난 학습을 하기를 반기지 않았습니다. 단순 어른들이 알려주는 대로, 해야하니까 하는 공부는 제게 고역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저를 닮는다면 한국에서 제공되는 교육은 아이에게 고통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극단적인 밸런스 게임을 해보았습니다. 아이와 한국식으로 공부하며 지지고 볶아 서울대를 보내느냐, 내가 혼자 발버둥치며 노력하여 억만장자가 되어 아이를 미국 대학으로 진학시키느냐, 두 가지의 선택지를 제게 주었습니다. 물론, 지지고 볶지 않아도 아이와 성향이 잘 맞아 순탄하게 서울대를 보낼 수 있겠지만, 아이가 저를 닮았다면 한 명은 죽어나는 싸움을 해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이 제가 돈을 많이 벌어 아이를 미국 대학으로 진학시키는 걸 선택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기 까지는 약 15년 이상의 시간이 있습니다. 15년이면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반이 지나는 시간입니다. 10년이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 제가 해야하는 일과 목표에 전념하기로 하였습니다.


The two most important ingredient for a successful life are a goal and persistence. (the ABCs of Success, Bob Proctore)


성공한 삶을 위해 목표와 고집,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게 제한된 시간 동안 몰입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려고 합니다. 일과 육아,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든 워킹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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