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를 계속 하는 이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멀리 떠나버리는 상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도 왼쪽 가슴 한 구석에는 사직서를 숨기며 출근을 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사직서의 존재를 잊어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쁨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아이들과의 만남입니다.
12년 째,영어강사로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월요일이 되면 올해에는 이 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탄탄하게 구축하리라, 라고 다짐하며 운전대를 잡지만, 목요일 늦은 밤 집에 돌아오는 운전대를 잡은 제 생각은 어떻게 하면 나도 더 성장할 수 있고, 아이들도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지에 대하여 고민하면서 엑셀을 밟습니다. 사실 저는 매우 시니컬한 성향을 지닌 구석이 있습니다. 또한,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고 이야기를 할 정도의 에너지를 쏟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성장이 끝난 어른은 진심으로 깨닫지 않으면 바뀌지 않으며 내가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는 조언과 걱정은 타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기를 알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되면 누군가의 진정한 조언보다 현실을 비난하며 쏟아내는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줄 누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변화가 없는 안락함 속에서 손가락을 밖으로 돌리기만 하면 마음이 평안하기 때문에, 성인들에게는 어떠한 조언이나 이야기를 하는 행위를 상당한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만날 때에는 다릅니다. 아이들은 나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말 하나 행동 하나를 신경쓰게 됩니다. 아이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눠줄 때는 제 삶에 가치라는 힘을 불어넣어줍니다.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누군가가 알아봐주어야 하고, 사랑받아야 하며, 필요한 존재여야만 삶에 가치를 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면, 이 모든 부분이 충족됩니다. 그리고 저 역시 충족해주기 위해 항상 노력을 하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사랑하며, 인정해주는 관계 속에서 저 역시도 안정감을 느끼고, 아이들도 안정감을 느끼며 더 넓은 세상과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삶을 지향하는 저이기에, 글을 쓰고 출판하며 책이 잘되어 안정적인 수입원이 생기게 되면 지긋지긋한 학원가를 떠나리라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또한, 학부모 상담을 할 때면 마음이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부담감과 압박 속에서 제가 웃으면서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이 주는 긍정적인 기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만날 때면 제가 얼마나 큰 영향을 알게 모르게 주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더 나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저 역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하고 힘을 모읍니다.
아이들의 세계에는 실패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꿈을 꾸고, 자신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성장합니다. 넘어지면서 다시 일어납니다. 그 과정에 다리 힘이 강해지고 걷는 법, 달리는 법을 배우며 건강해집니다. 어른들의 세계와 정 반대입니다. 어른들은 현실에 자신을 맞추고, 자신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며, 늙어갑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점점 다리에는 힘이 빠지고, 더 이상 배울 수도, 건강해질 수도 없습니다. 어른들과 대화를 할 때면 저는 일상에 찌든 어른의 세계 속에 있지만,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면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계로 초대되어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저는 아이들에게도 본받고 싶고 자랑스러운 어른이 되기 위해 제 삶을 꿈으로 채워갈 수 있게 됩니다. 그래야 제가 아이들에게 꿈을 꾸고 자신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며 성장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젯밤, 중학생들에게 치여 집에 돌아가는 길, 알 수 없는 희망이 제 마음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 꿈을 위해, 또 다시 계획을 세워보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