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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가야 하지 않을까요?

영어 학습의 핵심: 주입식 학습에서 벗어나 영어책 읽기의 중요성

by 주진주

오랫동안 가르쳐온 학생이 학원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성실하고 성격도 좋은 아이였지만, 한 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학원에서 진행된 자기 주도성이 부족한 암기 위주의 주입식 학습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보다는 기억에 의존하여 학습하려다 보니, 노력에 비해 성적이 오르지 않았고, 스스로도 답답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아이는 영어를 쉬기 위해 학원을 그만두었습니다.


무엇이 아이를 힘들게 했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영어책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랫동안 읽었느냐의 차이였습니다. 단순한 암기나 문제 풀이가 아니라, 예습 없이도 자연스럽게 말하고 쓰며, 단어를 찾지 않고도 술술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으면 고등 과정에서의 영어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영어 교육 과정에서는 어떻게 영단어를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문장을 받아들이고 영어로 사고하며 읽고 쓰는지에 대한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지금도 많은 학원과 학교에서는 단어와 문법을 암기한 후, 이를 독해 지문에 적용하여 한글로 해석하는 연습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절대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없습니다.


반면, 다른 학생의 사례를 보면 전혀 다른 결과를 보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어릴 때부터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영어책을 많이 읽으면 언젠가는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책을 읽혀 주셨습니다. 이 학생은 공부에 대한 큰 흥미는 없었지만, 해야 할 것들은 제대로 해내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예상보다 천천히 실력이 향상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능 영어 지문을 해석하는 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영어책을 읽기만 했지만, 점차 수능 지문을 선생님과 함께 분석하며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다양한 유형의 학생들을 만납니다. 성실하게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마치 대충대충 넘어가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능 지문을 연습하는 단계가 오면, 아이들은 자신이 어떻게 알았는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문장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주어진 영어 문장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읽었던 배경지식을 활용해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읽어내는 과정입니다. 결국, 영어 실력을 결정짓는 것은 단순한 문제 풀이 능력이 아니라, 영어 텍스트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사고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문법과 단어를 알지 못하면 영어를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언어 학습 과정에서 올바른 접근이 아닙니다. 문법과 단어는 영어 학습의 마지막 단계에서 다져야 하는 요소이지, 처음부터 문법과 단어를 암기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듣기와 말하기, 그리고 읽기와 쓰기입니다.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후, 문법과 단어를 정리하며 영어 실력을 다지는 것이 바람직한 학습 방식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영어 교육은 이와 정반대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문법과 단어 암기 독해 및 해석 듣기와 말하기의 순서로 진행되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읽고 쓸 수는 있지만, 실제로 듣고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학습 방식이 여전히 반복되며 다음 세대에게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영어책을 읽지 않고도 수능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공부는 결국 확률 싸움입니다. 높은 확률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확률이 높은 학습법에 투자해야 합니다. 저는 그 방법이 바로 어린 시절부터 영어책을 꾸준히 읽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실제로 유명한 1타 강사들조차 입을 모아 말하는 공통된 사실은, 수능 영어 만점자들의 가장 큰 특징이 어릴 때부터 영어책을 많이 읽었다는 점입니다. 즉, 영어가 편해질 때까지는 잠시 문법과 단어를 내려놓아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결국, 영어 학습의 핵심은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고 익히는 것입니다. 단어와 문법을 먼저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 문장을 직접 보고 듣고 말하면서 익숙해지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영어책을 읽는 것입니다. 영어책을 많이 읽으면 자연스럽게 단어와 문법이 체득되고, 듣기와 말하기 능력도 함께 향상됩니다.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우리는 이제라도 영어 교육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기존의 암기식 학습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영어를 ‘언어’로 익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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