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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Aug 20. 2021

글을 쓰는 이유

라이브러리언 랩소디

최근 정지우 작가님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시간을 쓰고 마음을 기울인 만큼 그것은 삶이 된다." 라는 문장을 읽었다. 마음이 뭉클해졌다.

  내가 요즘 시간을 쓰고 마음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 1순위는 단연 글쓰기다.

  예전부터도 글은 종종 써왔지만 전혀 체계가 없었다. 그때 그때 떠오르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나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날아다니는 대로 주어도 목적어도 없이 글을 썼다.

  가끔 영감님이 안 찾아오실 때면 몇 달을 기다리기도 했다. 무릇 글이란 것은 파밧 하고 떠오르는 불꽃같은 생각을 붙잡아 그 순간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순간이 자주 찾아오지 않는 것은 내게 글쓰기에 관한 재능이 없어서일 지도 모른다고 여겨왔다.

  잘못 생각했다. 진짜 글쓰기는 잠깐 스쳐가는 영감을 잡아 뜨거운지도 모르고 종이 위에 마구 흩뿌려 두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형태와 결과로 남을지도 예상하지 못한 채 무작정 쓰는 건 어쩌면 무모하고 지나친 자신감 아니 자만과 오만함일지도 모르겠다.

  글쓰기에 대한 관점이 최근 1년여간 꽤나 달라지고 발전했음을 고백해야겠다. 쓰고 뱉다라는 공동체를 만난 이후로, 나는 매일 혹은 2~3일에 한 번씩은 쓰고 있다.

  일상을 스쳐가는 작은 생각들을 잡아 내 것으로 되새김질한 후, 성실하고 꾸준하게 나의 말과 글로 바꾸어 내고 있다. 여기까지가 글쓰기의 시작점이다.

  하루나 이틀 정도 버려두면 가장 좋지만, 시간이 없을 때는 몇 십분에서 몇 시간 정도 따로 두었다가 처음 보는 글처럼 다시 읽어본다. 초고를 다시보면 어설픈 부분도 많고, 앞뒤 문장이 안 맞는 경우도 많다. 보이는 것은 대부분 수정을 한다.

  한 문장으로는 수정이 끝나지 않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전문장이나 다음 문장까지 매끄럽게 손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역시나 문장도 그렇고 책 정리도 그렇고 중간부터 시작하여 깔끔하게 정리되는 건 불가능한 것 같다.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친 글은 이제 읽는 사람들의 평가를 받으러 시험대에 오른다. 특별히 페이스북 페이지에 긴 글을 주로 올려왔었다. 페 친구들과 친분 있는 지인들, 쓰뱉공동체의 막강한 글동무들까지 모두가 진지하게 읽어주고 피드백도 해 줘서 참 고맙다. 이제는 브런치에서도 계속 써 나가려고 한다.

  예수님도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태복음 6:21)"고 말씀하셨다. 지난 1년여간 글쓰기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 전혀 싫지 않다. 오히려 너무 신난다.

  가장 오랫동안 시간을 쓰고 마음을 기울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좋다. 그게 글쓰기라서 더 좋다. 기억은 휘발되어 버리더라도 써놓은 글은 남게 될 테니까 말이다.

  글쓰기가 나의 삶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쓰고 싶다.  앞으로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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