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는 날 사소한 트러블이 있었지만, 무사히 입주가 끝나고 그동안의 고생을 자축하며 잠이 든다.
그의 행복은 아들의 구슬놀이로 어딘가 기울어진 집을 발견하며 깨진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관련기관에 연락도 하고, 주민회의도 여는 등으로 노력해본다. 하지만 소문나면 집값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의 제안은 무시된다.
일상을 버티느라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한 달 후 문제의 그날, 집들이 후 술에 취해 잠들어 있던 남자는 집과 함께 지하 500m 아래로 추락한다. 싱크홀이 생겨 그가 11년간 노력해서 마련한 집이 땅 속으로 완.전.히 꺼져 버린 것이다.
단지 영화적 상상력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서울경기 지역 외에도 여러 곳에서 가끔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우리는 과연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4~5년 전에 우리집에서 차로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서 급작스런 싱크홀 사고가 있었다. 지상 40층이 넘는 새로운 복합주거공간을 공사하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지반이 침하되었고 그 과정에서 하수구 뚜껑이 솟구쳐 올라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셨다. 이때 시작된 싱크홀 현상은 최근까지 4~5차례나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기도 하다.
기사를 살펴보면 신축공사 중인 장소 근처의 5개 차로 20∼30m 구간이 1m 깊이로 주저앉거나 노면에 균열이 생기는 등의 이른바 싱크홀이 발생했다고 한다. 다행히 인명 피해나 차량의 피해는 없었지만 경찰은 싱크홀이 벌어진 장소의 차량을 통제하고 우회시키는 중이라고 발표했다.
불안해하는 시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시에서는 2019년에 싱크홀 발생 우려 지역 21군데의 지반 검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아주 가까이에서 이런 일들이 생겼다 보니 재난영화가 그저 영화로만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 스콜과 같은 다양한 기후변화로 지반이 약해지는 경우를 작년의 장마와 산사태를 통해서 이미 충분히 보았다. 이제부터라도 스스로 생존을 위한 노력과 대비를 해 두지 않으면 원하는 만큼 계속 살아남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인기리에 팔리는 물품이 생존 키트라고 한다. 이것은 이런 우려들이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걸 더욱 공고히 해 주고 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 미리 대비하고 주의하지 않으면, 개인의 생존과 안전조차도 보장될 수 없다.
재난을 오락화한 영화를 보고 난 후, 뒷맛이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다. 실제 삶에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행복한 결말 같은 건 불가능하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