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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그녀
무대 위 또 다른 세상
무대를 찢어 놓으셨다
by
Pearl K
Sep 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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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반으로 고등학교 3년을 보냈다. 그 이전에도 크리스마스 때마다 성극과 성가대를 경험했다.
동네에 하나 있던 극장 겸 문화센터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공연들이 가끔 찾아왔다. 가장 압권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초연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연극반이라는 특권이 있었다. 연극반 전체가 무대 뒤에서 주연배우들 남경읍, 남경주, 최정원 씨와 직접 인사도 나눌 수 있었다. 가장 신기했던 건 마지막 장면에 피아노가 돌아가는 무대 장치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렇게 연극은 내 마음을 흠뻑 빼앗아 갔다.
3년
간 연극반에서 경험한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소리는 내게 무대에 대한 꿈을 더욱 견고히 해 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연극반 선생님의 한 마디로 나의 뮤지컬학과 진학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말이다.
대학 때도 연극반을 잠깐 하고, 선교단체와 교회에서도 몇 편의 뮤지컬을 했다. 사회에 나와 취직을 하게 되면서 무대에 대한 기억은 그저 추억으로 접히는 것만 같았다.
학교에서 일한 지 7년 전후쯤 되었을 때, 동생이 신청한 문화티켓을 통해 처음으로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게 되었다. 재밌었지만 문화티켓으로 지원되는 공연은 뭔가 조금 아쉬웠다. 그러던 어느 날 <더 플레이 엑스>라는 뮤지컬을 보게 돠었다.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열렸다. 내가 하고 싶고 보고 싶었던 공연이 이런 공연이구나. 등장인물은 두 명인데 무대와 극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문화티켓으로 보는 공연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내 돈 내산으로 처음 본 공연은 뮤지컬
<
오!당신이 잠든 사이에
>
였다. 뮤지컬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장유정 연출의 작품이다. 베드로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김종욱 찾기, 멜로드라마 등 장유정 연출의 작품을 주르륵 이어서 봤다.
내가 그리워하던 무대 위 세상이 그곳에 있었다. 본격적으로 뮤지컬 관람에 빠지게 한 작품은 김달중 연출님의 뮤지컬 <쓰릴 미>였다.
쓰릴 미 중에서도 최재웅 배우에게 빠졌는데, 매 공연마다 미묘하게 디테일이 다른 연기가 재관람과 텅장을 불렀다.
2년 가까이 160편에 달하는 공연을 보며 대학로를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렇게 다시 무대 위 또 다른 세상의 매력에 흠뻑 빠져 미처 이루지 못해 아쉬웠던 꿈을 달랠 기회를 얻었다. 그때만큼은 누구보다도 무대 위의 또 다른 세상을 동경했다.
코로나로 많은 공연들이 잘 올려지지 못하고 있는 요즘이다. 많은 이들을 위로하는 공연들이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으로, 또 장소로 계속 이어져가기를 바란다. 나를 들뜨게 했던 무대 위의 열정과 환호성이 새삼 그립다.
더
불어 내게 주어진 일에 있어서도 처음의 열정과 용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스스로 다짐해 본다. 작가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Impossible Dream'이라는 넘버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닿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서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뮤지컬 #문화향유자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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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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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출간작가
언제나 어딘가의 경계에 홀로 서서 살아왔다. 새로운 연결을 맺어갈 수 있기를 늘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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