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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살아가기
진짜 진짜 가족을 찾아서
생각보다 삶
by
Pearl K
Sep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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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직계가족마저도 다 같이 모이기가 힘든 코로나 시대도 거의 2년째다.
한쪽 편에서는 오히려 모이지 못해서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가족들이 모여서 화목하기보다는 서로 싸우고 부딪치고 비교하는 상황이 싫어서다.
또 전통이라는 이유로 여성들에게 가사노동이 강요되고, 정작 중요한 가족행사의 부분에선 육아와 가사노동으로 제외되는 것도 그런 생각이 점점 깊어지게 한다.
명절 때가 되면 방송에서는 연일 가족애와 가족모임의 중요성 등을 작위적일 정도로 강조해 왔었다. 코로나 덕분에 그런 것들을 보지 않아도 되어 오히려 후련한 면도 있다.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 식구라는 말의 뜻대로 서로 밥을 나누어 먹는 사이일까. 요즘은 같이 살더라도 서로 마주치기조차 힘들고, 식사도 함께 못한다. 과연 함께 밥을 먹는 게 가족을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시대에는 가족의 의미가 이전보다
더욱 확장되고 있다. 꼭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니라고 해도 가족이 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시대의 가족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일정 시간 이상의 시간과 감정을 공유한 사이라면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부부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남녀가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다고 두 사람이 갑자기 피가 섞인 관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남자와 여자가 다만
지속적인 시간과 감정의 공유를 통해
서
새로운
한 가족
을 구성한다.
결혼 후 함께 살면서 헤쳐나가야 하는 각종 집안 경조사와 집안일들, 임신과 출산과 육아 등의
고단한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며 부부는 깊어진다. 일정 시간 이상의 시간과 감정을 뜨겁고 치열하게
공유한 그 경험이 두 사람을 더욱 견고한 하나로 묶어준다.
시간과 감정을 충분하게 공유했는데도 불구하고 헤어지는 부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헤어지는 수많은 경우는 거의 비슷하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삶의 시간들을 혼자서만 다 감당해야 했던 마음에서 시작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 많은 것을 감당했더라도 감정이 충분히 공유되었다면,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도
각자의 감정들
도 충분히 공유하지 못했던 부부들은 결국 이 관계 속에서 가족을 유지해야만 할
의미를 잃어버리고 지쳐갈 수밖에 없다.
장기화되는 코로나와 극심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 한 치 앞을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마저도
시간과 감정의 낭비처럼 느껴져 삶에서 배제시켜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멀리 떨어져 가끔씩 만날 때마다 부딪쳐서 힘든 가족보다, 차라리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동네 이웃이, 직장 동료가, 온라인 친구가 더 가족처럼 느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도 가족을 잃어버린 고문영을 문강태와 문상태가 가족으로 받아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며 한 가족이 되었다.
지금 당신이 진짜 가족이라고 느끼고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당신과 피가 섞여있는가 아니면 당신과 일정기간 이상의 시간과 감정을 공유한 이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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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출간작가
언제나 어딘가의 경계에 홀로 서서 살아왔다. 새로운 연결을 맺어갈 수 있기를 늘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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