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사는 어떻게 하나요?
내 생애 최고의 긴장감
내 생애 중 최고로 긴장했던 날을 꼽으라면 바로 이 날일 것 같다.
몇 주 전부터 미리 준비해둔 꽃분홍색 레이스 치마에 검정색 차이나 블라우스를 입었다. 스타킹도 절대 흘러내리지 않는 걸로 골라서 신었다.
예비 시어머님이 좋아하신다는 해바라기를 넣은 꽃다발을 미리 준비해두고, 혹시나 시들지 않을까 밤새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주말 아침, 평소 같으면 늦잠을 잘텐데 눈이 어찌나 단번에 잘 떠지던지 두근두근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점심약속이었지만 가야할 거리가 1시간 반이 넘기에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 역까지는 걸어서 7분 거리. 집앞 골목을 나오는데, 아뿔싸 왠 자동차 한 대가 좁은 골목에 꽉 들어차게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골목에 들어오는 차를 피하다가 계단에 긁혀서 스타킹 무릎 부분의 올이 나가버렸다.
다시 들어가 갈아신을 시간이 없어 울상을 하고 일단 지히철 역으로 달렸다. 한 손에 든 꽃다발 망가지지 않게 신경쓰면서, 너덜너덜 올이 나간 스타킹을 가방으로 가리며 걸었다. 심지어 자주 안 입던 치마스타일이라 매무새를 신경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일단 지하철은 늦지 않게 탈 수 있었는데 스타킹 모양새가 가관이다. 환승역 구간에 편의점이 하나 있어서 살았다. 얼른 스타킹 하나를 사서 갈아신고 늦지 않게 환승열차를 탔다.
오늘 만나는 장소는 예비시댁 근처의 쇼핑몰 3층이다. 먼저 남자친구가 도착했고, 우리는 가게 안에 자리를 잡고 예비 시부모님과 예비 시누이를 기다렸다.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쿵쾅 요동을 친다. 1분이 천년같다.
내가 어떤 오디션이나 면접에서도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이 없는데 식은땀이 나고 배가 아플 정도로 긴장한 순간이었다. 준비한 꽃다발을 건네드렸더니 좋아하셔서 다행이었다.
예비 시부모님께서 여러가지로 배려해주셔서 마음이 조금 풀어지며 편안하게 만나뵐 수 있었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는둥 마는둥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었다.
예비 시어머님이 아들(남자친구)에게 물으셨다.
-근데, 아들은 여자친구 어디가 좋아?
-예쁘잖아!
세상 긴장한 내 앞에서 본인은 세상 편했을 눈치없는 남자친구의 한 마디가 나를 다시 민망하게 만들었다. 팔꿈치로 옆자리의 남자친구를 쿡쿡 찔러봤지만 이 남자, 아랑곳 하지 않는다.
물론 기분은 좋았지만 예비 시어머니 앞에서 계속 여자친구 칭찬과 자랑이라니. 살짝 아니 아주아주 많이 민망하고 면구스러웠다. 남자친구는 가족 앞에서 완전 팔불출이 되셨다.
무사히 인사를 마치고 예비 시부모님과 헤어진 그때서야 배가 고파왔다. 아까 인사드릴 때는 너무 긴장해서 뭘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중국식 육포가게가 있어 거기에서 골든 코인을 사서 배고픔을 달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침부터 너무 애쓴 탓에 지하철 안에서 그대로 기절하듯 잠들어 버렸다. 내릴 곳도 놓칠 뻔할 정도로 정신없이 잤던 거 같다. 다행히 남자친구가 환승역까지는 같이 가주었다.
첫 인사날, 아침부터 예상치 못한 장애물들이 많아 정신없었지만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4개월 뒤 우리는 공식적으로 가족이 되었다.
그렇게 한 가족이 된지 만 5년이 되는 날이 오늘이다. 첫 인사의 긴장과 설렘을 되새기며, 오랜만에 어머님께 전화를 드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