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두 발 자전거를 타던 날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지는

by Pearl K
처음 두 발 자전거를 탔던 날을 기억한다.

방학이었는데 아침 일찍부터 아빠가 운동하자고 깨워서 잔뜩 짜증이 나 있었다. 쇼핑센터 앞 공터에서 롤러스케이트와 줄넘기를 하고 놀다가 세워져 있는 여러 대의 자전거에 눈길이 닿았다.

처음으로 자전거를 배울 때는 너무 재미있었다. 여섯 살 때였나. 보조바퀴를 달아 네 발이 된 두 발 자전거를 아빠에게 배우기 시작했다. 아빠가 안장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는지도 모르고 달렸다.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곧이어 나는 네 발 자전거에서 세 발 자전거로 넘어갔다. 내친김에 두 발 자전거도 타 보려고 했다가 무참히 넘어져 무릎이 죄다 깨지고 말았다. 몇 번을 연습해도 두 발 자전거만 타면 꽈당하고 넘어지는 게 이상했다.

담임선생님은 내가 균형감각이 좋다고 하셨는데 두 발 자전거 균형을 잡는 건 너무도 어려웠다. 수십 번을 넘어져도 도저히 탈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두 발 자전거 타기를 포기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방학 아침, 아빠와 삼 남매가 함께 아침운동을 하러 나가게 되었다. 오빠는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동생은 줄넘기를 하느라 바빴다. 갑자기 자전거를 타보고 싶어졌다. 왠지 오늘은 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쇼핑센터 앞에는 여러 대의 자전거들이 세워져 있었다. 살살 흔들어 보니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 않은 주인 없는 자전거가 몇 대 있었다. 그중 가장 멀쩡해 보이는 두 발 자전거 하나를 골랐다. 심호흡을 하고 높은 턱을 발판 삼아 자전거에 올라탔다.

과연 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왠지 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다가 힘차게 페달을 밟아 보았다. '어... 어.. 간다!!'


나는 버려진 두 발 자전거로 단숨에 쇼핑센터 한 바퀴를 돌았다.

-봤어? 나 두 발 자전거 이제 탈 수 있어.

-원래 타지 않았어?

-아니. 나 원래 두 발 자전거는 못 타서 포기했었어.

-그래? 몰랐네.

지켜보던 가족들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드디어 해냈다는 감격에 젖어있는 나에게 동생이 말했다.

-이제 내려 봐. 나도 탈래.


그날 어째서 갑자기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 후로는 지금까지도 자전거를 아주 잘 탈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그 느낌을 사랑하게 되었다.

'봐. 할 수 있잖아. 하면 되잖아.' 두 발 자전거의 기적이 일어났던 바로 그날, 나는 달라졌다. 처음 시작하는 일 앞에서 두려움이 생길 때,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었던 그 아침의 기억을 떠올린다.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그날 이후로 내가 도전하는 모든 일에 좀 더 자신감 있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생각만 하기보다 꿈꾸는 것들을 위해 차근차근히 준비하는 지혜를 얻게 되었다.

요즘은 자전거를 타기 아주 좋은 날씨다. 자전거를 타고 싶을 때마다 내가 자주 듣는 노래 심현보의 "자전거 데이트" 가사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바람이 너의 손끝처럼 내 머리를 매만져

스쳐가는 나무들과 너의 웃음 살아있는 지금.

햇살이 너의 어깨 위에 가볍게 부서지고

느린 강물을 따라서 흘러가는 시간

둘이라 고마운 오늘

언제라도 곁에 있을게

지금처럼 너와 같은 속도로

살짝 고개 돌림 보일 수 있게

천천히 페달을 구르며

달려볼래 이 길을 따라

오늘처럼 같은 곳을 보면서

가끔 숨이 턱 끝까지 닿아도

힘에 부친 대도 둘이니까 나는 괜찮아

가파른 언덕을 지나면 낮은 길이 열리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늘 아래 무릎을 베고 누워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함께 바라볼 수 있고

별이 얼마나 많은지 세어볼 수 있는

네가 있어 참 행복해

언제라도 곁에 있을게

지금처럼 너와 같은 속도로

살짝 고개 돌림 보일 수 있게

힘차게 페달을 구르며

달려볼래 이 길을 따라

오늘처럼 같은 곳을 보면서

가끔 숨이 턱 끝까지 닿아도

힘에 부친 대도 우리 둘이니까,

둘이니까 나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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