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이렇게나 많은데...

사랑방 에피소드

by Pearl K

대학교 2학년 때, 1년 동안 나는 사랑방에서 살았다.

사랑방은 당시에 몸 담고 있던 동아리이자 선교단체의 용어로 같은 학교 멤버들 중 자취하는 멤버 중에 원하는 사람으로 자매는 자매끼리, 형제는 형제끼리 멤버들을 모아 함께 살았다.

같이 살게 된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같은 과 동기이자 선교단체 동기인 친구 희연이, 정윤이, 은채까지 3명과 과로도 선교단체로도 1년 선배였던 원희 언니까지 총 5명이었다.

같은 과 동기들이다 보니 아침 큐티 모임부터 전공 수업을 듣는 시간, 수업이 끝난 후 선교단체 모임까지 해서 집에 돌아오는 밤까지 24시간을 내리 붙어 다녔다. 그렇게 붙어 다녔지만 우리 동기 4명의 성격은 정작 서로 너무도 달랐다.


사람에게는 4가지의 기질이 있다고들 한다.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의 4가지다. 우리 네 명의 성격은 그야말로 각 기질의 대표 표본과도 같았다.

1년 동안 전혀 성향이 다른 네 명의 친구들과 선배 언니와 살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항상 함께 다녔지만 서로 너무 다르다 보니 자주 사소한 것으로 부딪치기도 했다.

그냥 자취가 아니라 생활훈련 느낌의 사랑방이다 보니 나름의 생활 규칙이 있었다. 매일 아침의 식사 당번과 설거지 당번이 정해졌고, 각각의 청소담당구역도 정해 놓고 그렇게 지키기로 서로 약속했다.

또 저녁 10시가 되기 전에는 반드시 사랑방에 돌아와 씻고 모임을 준비해야 했다. 10시는 같이 모여 하루를 반성하고, 양육하던 지체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모임 시간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당번을 하다 보면 꼭 같은 날 식사 당번과 설거지 당번이 세트로 돌아가게 되었다. 내가 설거지 당번을 맡은 날, 식사 준비를 주로 담당하던 친구는 희연이었는데, 그녀만의 특징이 있었다.

평소에는 전혀 안 쓰던 빈 통을 꺼내더니 '이것도 닦아야 한다'며 설거지 통에 넣어놓았다. 안 그래도 5명의 밥그릇과 국그릇, 수저와 반찬 그릇까지 하면 만만치 않은 양의 설거지였는데 매번 그렇게 안 쓰는 통을 꺼내 설거지를 늘리니 나도 슬슬 짜증이 났다.



하루는 형제 사랑방 멤버들과 다 같이 자매 사랑방에서 모임을 했다. 3명의 생일이 겹쳐서 생일 축하도 같이 해 준 다음이었다. 형제들이 떠나자마자 정윤이는 피곤하다고 드러누웠고, 우리는 정윤이를 다독여 다 같이 모임 뒷정리를 했다.

화장실은 하나였고 다섯 명의 여자가 사용해야 하니 항상 씻을 때도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피곤한 몸을 쉬면서 각자가 씻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은 다시 희연이가 식사 당번을 할 차례였다. 나는 희연이에게 말했다.

"너 내일 아침 당번이지?"

"응."

"내일 아침에 먹을 만큼 밥이 남았어? 양이 안 되는 것 같던데.."

원희 언니가 말했다.

"그래? 그럼 내일 아침 당번이 확인해 봐. 없으면 밥 더 해놓고 자야 되니까."

희연이는 마지못해 밥솥을 확인하러 주방으로 갔다. 그러더니 밥솥을 들고 나와 울먹거리며 외쳤다.


"여기 밥이 이렇게나 많은데. 나도 피곤한데 나만 지금 또 밥을 하라고.."

희연이는 억울했는지 밥솥을 껴안고 엉엉 울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웃겨서 다들 웃음이 터졌다. 다들 쉬는데 자기만 다시 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청 억울했었나 보다.

우리는 다 같이 밥솥을 끌어안고 우는 희연이를 다독여주며 웃었다. 눈물과 웃음이 혼합된 하루는 그렇게 두고두고 놀려먹는 해프닝으로 끝났었다. 함께 살던 그 1년 동안 갖가지 에피소드가 엄청나게 많았다. 언젠가 또 풀어놓을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사랑방 #함께살기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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