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여행자들

Time Treveler

by Pearl K


도서관 밖, 퇴근하는 여성을 괴한들이 습격한다.


습격당한 친구를 도우려 하지만 동시에 그 괴한들이 다시 찾아온다.


사망 41초 전.이라는 자막과 함께 그녀는 머리에 지독한 통증을 느끼며 쓰러진다. -05, -04, -03, -02, -01, 00 그리고 +01, +02, +03 ... 쓰러졌던 그녀는 다시 일어나 괴한들을 쓰러뜨리고 뺏긴 가방을 찾아온다.


그렇게 도시 여기저기에서 사망을 앞둔 사람들이 사망과 동시에 다시 되살아난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그들은 본래의 그들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는 걸까.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시간여행자>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터미네이터 같은 배경을 두고 시작한다. 세상은 인류에 의해 멸망의 위기에 처했고, 미래의 인류들은 폐허가 된 미레를 바로잡기 위해 과거로 여행하는 법을 연구하였다.


미래인들이 택한 방법은 역사 속에서 죽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타이밍 30초 전에 정확히 맞추어, 사망하는 이들의 머릿속으로 미래의 인류가 가진 의식을 전송하는 것이다.

그렇게 과거로 의식이 전송된 미래인들은 그때의 사람들로 현실 세계에 존재하며,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의 멸망을 저지하기 위한 임무를 맡아 수행하게 된다.


처음엔 우연히 보기 시작했는데, 워낙 SF나 다중우주, 미래의 인류 같은 이야기류를 좋아하는지라 순식간에 전 시즌 전 회차를 다 보고 말았다.


MCU 마블 세계관 속에서도 인류가 세상의 멸망을 단축시키는 요인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그래서 타노스가 인구의 절반을 핑거 스냅 한 번으로 다 사라지게 만들기도 하지 않는가.


이 드라마가 단순히 미래인들에게 닥친 멸망의 문제만 다루었다면, 그저 잠깐의 킬링타임용으로 기억에서 지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현실 세계에 도착한 미래인들이 가정폭력, 미혼모,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청소년 문제, 마약중독, 장애 지원 및 장애이해 등을 겪으며 문제들에 부딪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덕분에 다양한 부분에 걸친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 주는 장치들이 가득했다.



내가 처음으로 시간여행에 대해 본 것은 마이클 J. 폭스 주연의 '백 투 더 퓨처'였다. 그때의 시간여행은 그저 괴상한 미치광이 과학자의 상상 정도로 여겨졌었다. 그다음으로 만난 시간여행 영화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터미네이터'였다. 이건 아예 레벨이 달랐다.

첫 장면부터 어린 마음에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정신없는 속도에 마치 내가 아들을 지켜야 하는 사라 코너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후부터 다양한 드라마뿐만 아니라 책에서도 시간여행을 만날 수 있었다.

오드리 니페네거가 쓴 '시간 여행자의 아내'나 코니 윌리스가 쓴 '둠즈데이 북' 같은 책들을 보면서 나 스스로 시간여행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개념을 정립할 수 있었다.




<Time Treveler(시간여행자)>에는 그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들, 책들 속에서 묘사된 것과는 또 다른 시간여행의 방법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의식 전송(Consciousness transmission)이다.

이전에 묘사된 시간여행 작품들에서는 한 사람을 그대로 과거로 보내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의복은 미처 같이 가지 못해서 터미네이터는 과거에 나체로 도착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에서는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미래인의 의식을 전송한다.

미래인의 의식을 전송받은 현실의 인간은, 이전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새로운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드라마 설정이겠지 하고 생각 없이 보고 있었다. 마침 드라마에서 직접 질문을 던져준 덕분에, 이게 몹시 비윤리적인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초 후에 죽을 나에게 미래인의 의식이 전송되어 나 대신 내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나의 선택도 동의도 받지 않은 일이라면 잘못된 것 아닐까. 내 의식이 남아있다면 나의 삶을 빼앗아 사는 미래인이 끔찍할 것도 같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을 질문을 던지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통해서 범우주적 초시대적 상상력과 이해를 키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p.s : 미드 퍼셉션에서 만났던 주인공이 수상한 이들을 조사하는 FBI 요원 매클래런으로 등장해, 더욱 친숙하고 낯설지 않게 작품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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