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힘

너 자신을 알라

by Pearl K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의 앞날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존재이기에 더욱더 여러 방법으로 자신을 탐구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한국과 일본에서만 유행한다는 혈액형을 비롯하여 황도 12궁에 따른 별자리, 생년월일시로 사주를 보는 철학관, 점성술 등에 타로카드. 여러 학자들의 연구와 분석으로 이루어진 MBTI, DISC, 4가지 기질론, 에니어그램 등 각종 성격이론까지.


고대 그리스의 스피노자는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우리는 어쩌면 죽을 때까지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기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한 아이가 있다. 엄마는 다정하고 아름다웠고 아빠는 상냥했다.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그 행복은 아빠가 없는 사이 집에 침입한 무리들에게 엄마가 살해되면서 참담하게 부서진다. 자책하던 아빠는 아들에게 살인 병기로서의 기술과 복수를 가르친다. 처음으로 살인 병기로 사용된 날 이후, 결국 아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엔드게임 이후 마블의 새로운 이야기는 의외의 곳에서 시작되었다. 바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다. 스스로의 고통과 상처에 갇혀 사랑하는 자식들마저도 황폐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아버지. 악은 교묘해서 언제나 그 모습을 바꾸어 사람들을 유혹한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공존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집을 떠났던 아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어머니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기억했다는 것이다. 샹치는 자신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인정하는 순간 성장한다.


어린 시절부터 성장하는 내내 나는 내가 몹시 궁금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왜 이렇게 다를까. 왜 독특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을까. 최근 몇 년간 계속된 고통의 시간 속에서 살기 위해 상담도 여러 번 받았다. 상담을 받는 순간에는 좋았지만, 회기가 끝나면 모든 것들이 또다시 자책과 후회로 돌아왔다.


그런 스스로에 대해 이제는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그때 MBTI 전문해석을 통해 내가 타고난 성향에 대해 전문가의 해석을 듣고, 상담을 받으면서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내가 가진 성향 자체가 한국에 1%밖에 없는 엔프제(ENFJ)유형이었다.

전문해석을 받는데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내가 하는 생각, 평소 나의 반응, 나의 주된 방어기제와 대처전략 같은 것이 그대로 다 보였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흔한 MBTI일 수 있지만 내게는 예상보다도 더 큰 도움이 되었고, 마침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었다.


누구에게나 살아오면서 경험한 선과 악이 있다. 자신이 강한 부분도 있지만 약한 부분도 있다. 유난히 못 하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을 정도로 괜찮게 해 내는 것도 있다. 그 모든 영역이 나라는 한 사람을 구성하는 특징이 된다.


영화에서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진정한 힘은 자신의 선함과 악함 모두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서 나온다. 즉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데서 나온다고 영화는 말한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밑바탕이 되어준다.


새로운 장거리 여정을 시작하는 마블 영화라고 보긴 아쉬움과 뜬금포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굳이 이런 메시지를 담은 것은, 앞으로 이터널스와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등 이어져갈 마블의 서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뇌피셜을 살짝 얹어본다.


#마블 #영화리뷰 #너자신을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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