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 보니 나는 어떤 대기실 공간에 앉아 있다. 눈앞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환영합니다. 다 괜찮습니다."
잠시 후, 왼쪽에 있는 문이 열리고 백발의 한 남자가 등장해서 내 이름을 호명하며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한다. 찰나의 시간 동안 이어진 무수한 고민 끝에 나는 직접 물어보기로 결정한다. 이곳은 어디인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남자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알겠어요. 당신 즉, 엘리너 셸스트롭은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지금 우주에서 다음 단계의 존재가 되었습니다. 지구에서의 당신의 삶은 끝났습니다."
내가 ... 죽었다고? 당황하고 있는 사이 백발의 남자는 이곳이 굿 플레이스(일종의 천국)이며, 자신은 이 마을의 설계자인 마이클이라고 알려준다. 굿 플레이스라는 말에 안심하는 듯한 엘리너. 마이클은 엘리너를 데리고 동네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고, 그녀가 살 집과 소울메이트인 치디까지 서로 소개를 시켜준다.
환영파티가 열리고 술에 취한 엘리너는 새우를 브래지어 속에 숨겨서 돌아온다. 다음날 아침부터 하늘에서 새우 비가 내리고, 당황한 엘리너는 치디에게 자신은 굿 플레이스에 올 사람이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니까 자신이 이곳에 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언제나 윤리적인 고민을 하느라 한 가지를 선택하기 힘들어하던 치디에게 엘리너의 이야기는 너무도 큰 충격이었다. 배가 살살 아파오는 치디. 그는 고민 끝에 엘리너를 돕기 위해 그녀에게 윤리학과 철학을 가르쳐 주기로 한다.
살아있는 동안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았던 엘리너는 치디와 타하니, 지안유와의 시간들을 통해 조금씩 발전해 나가기 시작한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이유는 언제나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엔프제(ENFJ)가 보기에 좋은 드라마라는 블로그 이웃의 추천 때문이었다. 원래 스릴러나 진지한 수사물을 좋아하는데, 그동안 보지 않은 스타일의 전혀 새로운 드라마여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1화를 보고 주인공이 크리스틴 벨(겨울왕국 안나 목소리 역)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목소리로 알던 그녀가 직접 하는 연기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녀의 이전 출연작인 가십걸이나 베로니카 마스도 전혀 본 적이 없어서 실물을 본 건 처음이기도 했다.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후, 그대로 전 시즌을 다 보기 전까지는 멈출 수가 없을 만큼 재미있었다. 물론 유치하고 어색한 부분들도 존재하긴 했지만 사후세계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이 흥미로웠다
초반엔 다음에 어떻게 될지 궁금한 마음에 봤지만 시즌을 거듭하며 뒤로 갈수록 진정한 삶의 의미와 우리가 삶 속에서 추구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사실 그들이 굿 플레이스라고 믿었던 마이클의 동네는 배드 플레이스였고, 그들은 새로운 고문방법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대상이었다. 이곳이 배드 플레이스라는 것을 알아낸 엘리너 때문에 마이클의 실험은 폐쇄될 위기에 처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 실험에 절대 실패할 수 없었던 마이클은 그때마다 손가락을 튕겨 실험을 수백 번 넘게 리셋한다.
꼬여버린 실험과 시스템을 딛고 이들은 진짜 굿 플레이스에 갈 수 있을까? 한 번의 선택으로 사후세계에 어느 곳에서 행복하게 살 지, 끊임없는 고문을 받으며 고통당하게 될지 점수가 매겨지는 것은 합리적인가. 진짜 굿 플레이스는 어떤 곳일까.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질문을 가볍지만 진지하게 담아낸 드라마, 굿 플레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