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길이 되려면

내 글쓰기의 역사

by Pearl K


나름대로 초등학교 때부터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었다. 교내에서 열리는 글짓기 대회에서 대부분 좋은 상을 수상했고, 교지에도 매년 내가 쓴 이야기들이 최소한 하나 이상은 실렸었다.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울 엄마도 문학소녀였다. 엄마가 20대 때부터 써 온 시들이 대학노트로 다섯 권이 넘게 있었다. 나도 습작 노트를 만들어서 들고 다니며 소설도 시도, 내 생각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내가 소설 쓰는 것을 알게 된 같은 반 친구 하나가 자꾸만 습작 노트를 보여달라고 했다. 몇 번을 거절했지만 친구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 날, 내가 없는 사이에 책상을 뒤져 습작 노트를 무단으로 빼앗아 갔다. 친구는 “이거 시점이 잘못되지 않았어? 왜 3인칭이랑 1인칭이 섞여 있어? 너무 이상해!” 하고 내게 노트를 던졌다.


마음이 너무 많이 상했다. 그동안 써 온 습작 노트의 페이지를 다 찢어버렸다.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을 다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쓰는 걸 멈출 수는 없었다. 새로운 습작 노트에,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써 왔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넘쳐났지만, 원하는 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참 오래도 글이라는 길 위에서 헤매고 있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결심한 것은 하나였다. 내 블로그니까 누가 뭐라고 하든 내 맘대로 써봐야겠다는 것. 처음 쓴 글은 그 당시 빠져있던 뮤지컬 공연의 디테일한 뇌피셜 팬픽이었다. 함께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 '글이 미쳤다'는 댓글을 달아주었다. 덕분에 용기가 생겼다.

공연리뷰로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어느 날인가부터는 내가 읽었던 책들의 독서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독후감을 쓰라고 매일 습관처럼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쓰지 않았었다. 직접 써보지도 않고 강요만 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차곡차곡 썼던 글들이 모여 지난 13년간 블로그에 8천 개가 넘는 글을 썼다. 점점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더 많아졌다. 그저 그런 글이 아니라 잘 쓴 글이라는 칭찬을 받고 싶었다. 수많은 글쓰기 강좌들이 있었지만 너무도 뻔했다.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오랫동안 페북에서 지켜봐 온 작가님이 계셨다. 글을 참 맛깔나게 쓴다고 생각했던 분이다. 그분이 글쓰기 강좌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는데, 퇴근하고 다녀오기엔 거리가 너무도 멀었다. 공지가 뜰 때마다 항상 아쉬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가 내게 기회를 주었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이 시작된 것이다.


쓰고 뱉다 4기(온라인 1기)로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다. 짧다고 생각했던 한 달의 시간이 가져다준 변화는 신기했다.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던 내 욕구가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기본반 이후 더 쓰고 싶었고, 심화반에 이어 완성반까지. 새로운 과정을 창조시켜 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통과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7전 8기로 도전해 온 브런치에서도 드디어! 글을 쓰게 되었고, 멀게만 보였던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던 다짐도 현실에 가까운 무언가가 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더 욕심을 내자면 뻔하고 식상한 글이 아니라 발전된 글을 쓰고 싶다. 좀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고민하고 무엇보다 꾸준히 다양하게 써 보아야 할 것 같다. 적어도 나는 죽을 때까지 쓰는 사람으로, 웬만하면 잘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으니까 말이다.

나의 이 욕심이 그저 욕심으로만 끝나지 않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노력의 토대가 될 거라고 믿는다.



#글쓰기 #쓰는사람 #글의길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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