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어느 순간에도 나는 언제나 외로웠고, 철저하게 혼자였으며 공허 속에 남겨져 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대부분 그렇게 느끼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내가 이런 뉘앙스의 말을 꺼내면 사람들은 말했다. '왜? 내가 있잖아.'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고 정말 내게 관심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즉,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실제로 그 사람이 내 곁에 '온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불행하게도 나는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기울이는 존재의 비중을 쓸데없이 예민하고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함께 있다고 말하면서도, 단언하건대 우리의 일부는 항상 다른 어딘가에 가 있다.
100퍼센트 나에게 집중해 주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아이들은 자신이 집중하지 않은 순간을 솔직히 고백해준다. 잠깐 딴 생각을 해서 미안하다고, 미처 듣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이다.
한때는 영화 <왓 위민 원트>나 <사토라레>에 나오는 것처럼 독심술 능력이 있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혼자 추측하고 상처받고 미워하고 멀어지는 것이 반복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때로는 감정을 스위치처럼 꺼 버리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외로움을 줄이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독서와 음악과 영화 등 수많은 취미들을 가져보기도 했고, 해야할 것들을 초 단위로 만들어두기도 했다. 결혼 전에는 길게는 두 달 후까지 사람들과 만날 일정을 잡아두기도 했다.
그러한 만남들이 있는 동안에는 외롭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결국은 인간이라면 혼자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걸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이 무섭게 외로웠다.
그때는 몸의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린 것 같았다. 그 구멍으로 태풍과도 같은 세찬 바람이 휘몰아쳐 온몸이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할 수 있는 일은 눈물을 쏟아내는 것 뿐이었다.
차라리 나를 그때 데려가셨으면 좋았을텐데, 왜 살아남게 하셔서 또다시 고통을 주시냐고. 나는 종일토록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몇 달을 울면서 기도로 하소연하는 동안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학교의 아이들에게서 나를 통해 자신의 교회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스러웠다. "선생님처럼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회 중등부 아이들도 "선생님 찬양하실 때 저도 같이 감동받고 눈물 났어요." 라고 했다. 나는 이렇게나 엉망진창인데 하고 부끄러웠다. 동시에 그런 모습까지도 사용해서 하나님이 아이들을 달라지게 하시는구나 놀라웠다.
뜬금없이 오랜시간 소원했던 친오빠에게서 연락이 와서 기도하라고 했다. 하나님이 시키셨다며 어린시절 나를 미워하고, 내가 힘들 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사과도 했다. 뻥 뚫려있던 내 심장의 구멍이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몇 달간의 눈물과 절규의 기도 시간을 보내며 말로 설명하기 힘든 놀라운 신앙의 경험들이 있었다. 태풍 같은 바람이 지나다니던 커다란 구멍이 어느샌가 바람 한 줄기도 새어들지 못하게 꽉 채워져 있었다.
바늘 구멍만한 작은 틈조차 없었다. 비로소 처음으로 안정감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을 채울 수 있는 건 그 어떤 도구가 아니었다. 그 외로움을 채울 수 있는 분은 결국 하나님 뿐이셨다.
누구보다 절실하게 그걸 경험했으면서도 때로 그 사실을 잊고 산다. 나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채워 줄 다른 무언가를 찾아 온 천지를 부유하고 다닌다. 갖가지 것으로 마음을 채우고 메꾸려 해 보아도 그때 뿐이다. 아무리 끌어모아도 채워지지 않는 공백에 지칠 때쯤 다시 하나님 앞으로 돌아온다.
여전히 어리석게도 그걸 반복한다. 이젠 좀 깨달을 때도 됐는데 참 배우는 게 없는 인간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외로움을 달래려 쓰기 시작한 글로 다시 은혜를 기억하고 회복할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말이다. 울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다시 마음이 채워져 글을 마무리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하지만 잊진 않았지 힘겨운 어제들 나를 지켜주던 너의 가슴 이렇게 내 맘이 서글퍼질 때면 또다시 살아나 ...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널 부를 땐 내 마음 속에 조용히 찾아와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