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하는 여러 직종들이 각종 산재나 직업병에 얼마나 시달리는 지에 대해서 인식이 없으신 분들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급식실에서 근무하시는 조리사와 조리실무사님들과 청소하시는 청소여사님의 노동강도가 가장 극심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른 직종도 비슷하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직종에게 각자의 어려움은 존재한다. 이해도 못하면서 쉽게 말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고 말이다.
나 같은 사서들에게도 편하겠다 혼자 있어 좋겠다 쉽게 말하시는 경우가 참 많다. 부럽다고도 하신다. 직접 조금이라도 체험해보시면 그 말이 쏙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도서관 사서의 일은 중노동이 많다. 사람들이 보는 앉아있는 순간은 사실 문서나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다.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은 서가 정리나 최소 2년에 한 번은 해야 하는 장서점검인데, 그 외에도 신간 입수나 등록 배가 등으로 책과 정기간행물들 몇 천권씩 나르다 보면 근육이 남아나는 곳이 없다. 신간 구입을 위해 수백 권 수천 권의 목록을 수십 번씩 검토하다 보면 눈이 얼얼해진다. 그래서 사서들의 일은 앉아있으면 눈알이 빠지고, 움직이면 팔과 어깨가 빠지는 일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학교도서관의 경우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1천 명이 넘는 학생들과 교직원들 응대를 혼자 다 하다 보면 좋은 사람도 있지만, 진상도 당연히 있어서 어느 순간 감정노동도 극심해진다. 그런데도 수업을 안 하니 편하겠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짜 할 말이 없어진다. 비교과는 전 학년 담임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게다가 알게 모르게 수업도 하고, 임장 없이 떠 맡기기도 하는 일이 생긴다.
이외에도 학교도서관을 공공장소쯤으로 여겨서 엄연히 관리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쳐 들어와 개인용무(카드나 보험상담)를 위해 쓰거나, 각종 회의 및 연수 장소로 당연한 듯 도서관을 사용한다. 그런 용도로 사용하면 결국 주 이용자인 학생들의 이용권은 침해되고 박탈됨에도 말이다.
특히 요즘은 낙후된 환경으로 도서관 리모델링이 많이 이루어지면서 최소한의 환경호르몬 처리도 받지 못해 각종 피부병과 안과질환 등 각종 새집증후군 등에도 시달린다. 가까운 예로 겨울방학 중 석면공사를 해서 도서관을 미 개방하는데도 출근은 해야 해서 온갖 석면을 다 마시고 암이 발병한 경우도 있었다.
나 역시 지난 17년간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진단받은 병만 수십 가지가 넘는다. 터널 증후군과 거북목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 외에도 각종 먼지 진드기로 인한 알레르기와 결막염, 극심한 비염, 손목 염좌, 방아쇠 수지 증후군, 경추부 및 어깨 근막통증 증후군, 어깨 탈골, 회전근개파열 등등 수도 없는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세상 편한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덕분에 마음이 더 다칠 때가 많다.
타인의 직업이 어떤지 겪어보지도 않고 쉽게 판단하고 쉽게 말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너무 쉽게 생각하고 막 대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는 게 슬프다. 제발 자신이 힘들면 다른 사람도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길. 타인에 대한 사회적 공감능력이 좀 더 키워지길 바랄 뿐이다. 최소한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함부로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시리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