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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Sep 24. 2021

모든 직종에는 각자의 힘듦이 있다

사서 고생

학교에서 일하는 여러 직종들이 각종 산재나 직업병에 얼마나 시달리는 지에 대해서 인식이 없으신 분들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급식실에서 근무하시는 조리사와 조리실무사님들과 청소하시는 청소여사님의 노동강도가 가장 극심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른 직종도 비슷하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직종에게 각자의 어려움은 존재한다. 이해도 못하면서 쉽게 말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고 말이다.

   

   나 같은 사서들에게도 편하겠다 혼자 있어 좋겠다 쉽게 말하시는 경우가 참 많다. 부럽다고도 하신다. 직접 조금이라도 체험해보시면 그 말이 쏙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도서관 사서의 일은 중노동이 많다. 사람들이 보는 앉아있는 순간은 사실 문서나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다.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은 서가 정리나 최소 2년에 한 번은 해야 하는 장서점검인데, 그 외에도 신간 입수나 등록 배가 등으로 책과 정기간행물들 몇 천권씩 나르다 보면 근육이 남아나는 곳이 없다. 신간 구입을 위해 수백 권 수천 권의 목록을 수십 번씩 검토하다 보면 눈이 얼얼해진다. 그래서 사서들의 일은 앉아있으면 눈알이 빠지고, 움직이면 팔과 어깨가 빠지는 일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학교도서관의 경우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1천 명이 넘는 학생들과 교직원들 응대를 혼자 다 하다 보면 좋은 사람도 있지만, 진상도 당연히 있어서 어느 순간 감정노동도 극심해진다. 그런데도 수업을 안 하니 편하겠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짜 할 말이 없어진다. 비교과는 전 학년 담임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게다가 알게 모르게 수업도 하고, 임장 없이 떠 맡기기도 하는 일이 생긴다.


   이외에도 학교도서관을 공공장소쯤으로 여겨서 엄연히 관리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쳐 들어와 개인용무(카드나 보험상담)를 위해 쓰거나, 각종 회의 및 연수 장소로 당연한 듯 도서관을 사용한다. 그런 용도로 사용하면 결국 주 이용자인 학생들의 이용권은 침해되고 박탈됨에도 말이다.

   

   특히 요즘은 낙후된 환경으로 도서관 리모델링이 많이 이루어지면서 최소한의 환경호르몬 처리도 받지 못해 각종 피부병과 안과질환 등 각종 새집증후군 등에도 시달린다. 가까운 예로 겨울방학 중 석면공사를 해서 도서관을 미 개방하는데도 출근은 해야 해서 온갖 석면을 다 마시고 암이 발병한 경우도 있었다.



   나 역시 지난 17년간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진단받은 병만 수십 가지가 넘는다. 터널 증후군과 거북목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 외에도 각종 먼지 진드기로 인한 알레르기와 결막염, 극심한 비염, 손목 염좌, 방아쇠 수지 증후군, 경추부 및 어깨 근막통증 증후군, 어깨 탈골, 회전근개파열 등등 수도 없는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세상 편한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덕분에 마음이 더 다칠 때가 많다.


   타인의 직업이 어떤지 겪어보지도 않고 쉽게 판단하고 쉽게 말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너무 쉽게 생각하고 막 대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는 게 슬프다. 제발 자신이 힘들면 다른 사람도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길. 타인에 대한 사회적 공감능력이 좀 더 키워지길 바랄 뿐이다. 최소한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함부로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시리라 믿어본다.


#직업병 #사서고생 #각자의힘듦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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