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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Sep 15. 2021

그래도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

학교폭력 생존자의 고백

<그래도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차라리 꿈이었으면,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니었으면 하고 말이다.


   멀어지는 내 현실감각을 돌아오게 한 건, 세게 걷어 차인 무릎 아래 조인트의 통증이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모두가 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걸까. 삶이 지옥임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현실은 아득해졌다.


   신체적인 후유증이 20퍼센트 남짓이라면, 정신적인 고통은 80퍼센트를 훌쩍 넘었다. 이유조차 알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 나의 생각과 마음은 모두 짓밟혔다. 그저 허공을 둥둥 떠도는 유령처럼 나는 살아있으나 살아있지 못했고,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인어공주처럼 차라리 거품이 되어 사라지기를 바랐다.

   그런 내게 이 책이 말을 걸어주었다. 절대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따뜻한 마음을 만날 수 있다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마주할 수 있다고 말이다.



   열네 살 소녀가 겪은 학교폭력의 생생한 고통이 담긴 이 책은, 미처 알지 못했던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심정을 적나라하게 전해준다. 결국 생명을 포기한 소녀는 자신과 같은 일을 겪는 친구들에게 온 힘을 다해 말한다. 절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때로 살아있는 게 너무 쓸쓸하고 괴롭고 힘들 때가 있어도, 숨조차 쉬기 힘들어도 절대 자신의 목숨을 버리지 말라고, 목숨을 버린 것처럼 살지 말라고 부탁한다.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열네 살 스이카의 마음을 표현한 구절 중 하나를 소개해본다.


더 이상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구겨져버렸다. 이젠 아무리 걷어차이고 맞아도 아픔을 느낄 수 없었다. 어떤 폭언을 들어도 마음이 돌덩이처럼 굳어버려 아무렇지도 않았다. 멍하니 있을 뿐이다. 마치 정신과 몸이 완전히 분리돼 버린 것 같았다. 늘 우울하게 바닥만 보면서 걸어 다녔고, 마음속에는 증오와 적개심만이 가득했다. 게다가 나도 모르게 비굴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살아있는 것 자체가 대단히 쓸모없게 생각됐다.




   학교폭력은 폭력성향을 가진 문제 아이만이 저지르는 일이 아니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 하나로도 갑작스럽게 시작된다. 예상치 못한 일상의 어떤 순간 이유 없이 발현되기도 한다. 이유를 모르니 당하는 사람은 더 겁이 난다. 자책하게 되고, 스스로를 끝없이 미워하고 가두게 된다.


 "무서웠다. 내가 내 친구들을 무서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서웠다. 그 아이들, 어제까지 같이 밥 먹고 떠들고 쪽지로 비밀 얘기를 주고받던 친구들이었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학교폭력에 대해 쉽게 하는 말이 있다. 그저 애들끼리 장난을 친 거라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난다. 장난이라고? 한 사람을 극한의 고통으로 몰아가는 것이 장난이라는 말로 무마되어서는 안 된다.


"상대의 마음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어디부터가 폭력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데."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등교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못 만났던 아이들이 서로를 매일 만나게 된다. 어른들이 이 한 가지를 꼭 기억해주면 좋겠다. 어떤 아이라 하더라도 분명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할 소중한 한 생명이다.


   그 어느 누구도 타인의 가치를 자기 기준에서 함부로 결정하고 판단하면 안 된다. 우리에게는 타인을 괴롭게 하거나 폭력을 휘두를 권리가 없다. 간절히 바란다. 이런 일들이 학교든, 학원이든, 집이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어디에서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참을 수 없어서 풀썩 주저앉고 싶을 때는 차라리 잠깐 쉬는 게 낫다. 마음도 몸도 지쳐있는데 억지로 참으면서 나아갈 필요는 없다. 충분히 쉰 다음 걸어가는 거다. 그렇게 쉬다 걷다 하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올바른 길이 나온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지금 당장 그런 사람이 곁에 없다고 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누구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 시간이 지나면 또 따뜻한 마음을 만나게 되는 법이다. 반드시."


#아프지않기를 #응원 #위로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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