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중앙, 휠체어 위에 두툼한 가운을 걸친 한 남자가 앉았다. 한 눈에 보기에도 남자는 몹시 늙었고, 병들어 있다. 그는 잘 들리지도 않는 쉰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의 파멸에 대한 이야기를.
신에게 모든 것을 바쳤던 남자.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신을 위해 음악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나를 사용해주신다면, 최선을 다해서 당신을 위한 음악을 만들겠다고 기도한 남자. 그는 그의 바램대로 후원을 받아, 음악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명망 있는 작곡가가 된다.
서른 다섯. 비엔나 쇤부른 궁정의 궁정음악 작곡가로 살던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의 음악은 인정받았고, 그는 모두가 원하는 레슨교사이기도 했다.
어느 날, 천재적인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에 대한 소문이 들린다. 그가 비엔나에 머무르게 되었다는 소식. 자신의 눈으로 모차르트와 그 음악을 확인하러 간 살리에리는 다시는 잊을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된다.
너무도 비범하고 밝게 빛나는 재능,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뛰어난 작곡능력, 그의 음악 속에서 느껴지는 순수하고도 거룩한 신의 임재. 그에 비해 천박한 생활습관과 흥청망청 낭비하는 태도.
살리에리는 질투에 사로잡힌다. 자신은 아무리 노력하고 금욕하며 기도해도 주지 않던 재능을 신이 모차르트에게 몰아준 것이다. 신을 적으로 규정하고, 질투심에 영혼을 팔아버린 살리에리는 어떻게 해서든 모차르트를 무너뜨리려 한다. 기회를 제한하고, 공연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모차르트에 대한 소문을 이용하여 그를 파멸의 길로 이끌어 간다.
가난하고 피폐한 와중에서도 모차르트가 써 낸 오페라와 곡들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살리에리는 그의 재능에 감탄을 넘어 경외감을 느낀다. 동시에 모차르트를 파멸 속으로 몰아넣느라 썩고 부패해버린 자신의 영혼을 느끼게 된다.
"신이시여, 당신은 모차르트에게 뛰어난 재능을 주셨습니다. 유일하게 모차르트의 재능을 알아보는 눈을 저에게 주시고는, 아무리 노력해도 모차르트의 재능에는 못 미치는 지나친 평범함만 주셨습니다!"
살리에리는 유명한 궁정음악가로 살았지만, 그의 음악은 점점 잊혀져 갔다. 반면에 애써 짓밟으려 했던 모차르트의 음악은, 모차르트가 죽고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연주되었다.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고, 태양을 향해 날아오른 이카루스처럼. 살리에리는 자신의 평범함을 저주하고 닿을 수 없는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하느라 일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
세상에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다. 내가 원하는 그런 재능이 내겐 없다는 사실이 가끔 나를 슬프게 한다.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될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특출나게 뛰어난 재능을 가졌는지의 여부가 아니다. 우리가 가진 것들이 비록 아주 작을지라도, 그것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충분히 뛰어난 음악가였으나 질투에 눈 멀어 자신을 잃었던 살리에리를 기억한다. 그는 모차르트를 파멸로 몰고 가면서 결국 스스로가 더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비참하게 인생을 마무리하면서도, 끝까지 스스로를 인정하고 용서하지 못했다.
공연을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살리에리의 절규가, 그의 고통이 깊이 와 닿았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자신의 생에 대해 온전한 만족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결핍과 부족함을 느낀다. 반면에 결핍과 부족함이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자리에 앉아 원망만 하고, 질투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그 시간에 자신을 위한 도전과 노력을 더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인생이다. 원하는 것이 원하는 때에 이루어지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앞길을 알 수 없어 두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