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는 이상하고, 때로는 특이하고 유별나기까지 한 구석이 있다. 그것은 일종의 특별함이다. 특별함의 정도가 적당할 때는 그 사람의 개성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그 특별함의 정도를 넘어서면 기이함을 넘어서 괴이하다고까지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본 그녀는, 그러한 특별함의 정도가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경계선 즈음에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유니크한 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어린 시절에는 어찌할 바를 몰라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어느 정도 자신만의 개성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후엔,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하얀 가운을 휘날리며, 불빛이 반짝이는 3단으로 늘어나는 지팡이 검을 휘두르며, 보무도 씩씩하게 여기저기 욕망의 점액 덩어리들을 무찌른다.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눈치채셨을 것이다. 넷플릭스 한국 오픈 초반 화제가 된 넷플릭스 상영작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야기이다. 사실 이 작품을 생각하면 보는 내내 반복되던 선언문과 같은 작품의 음악이 먼저 귀에 맴돈다. 싸우러 나가는 안은영을 위한 행진곡이자 응원가 같기도 했던 이 노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가사로 되어 있다.
나는
보건교사다
나는 안은영
나는 안은영
나는 보건교사다
나는 안은영
처음엔 저 가사를 '나를 아느냐.'로 들었다. 잘못 들은 거였다. 다시 알고 보니 자신의 이름을 선언하는 거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사실 이 작품은 난해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등등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보는 내내 웃겼고, 재밌었고, 손뼉을 치면서, 깔깔거리면서, 때로 웃다가 뒹굴면서 보았다.
물론, 아이들이 심각해지는 장면에서는 아무래도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뭔가 교무실의 미친 장면이나 그런 부분에선 저절로 욕이 나오기도 했지만, 학교라는 곳의 생리를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뭔가 통쾌한 장면이 많았다.
2001년부터 싸이월드에서 연재를 시작해 한때 네이버 웹툰계를 평정한 스쿨 홀릭이라는 웹툰이 있다. 현직 중학교 미술교사가 학생 들과의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일상 옴니버스 개그툰 같은 느낌이었는데, 거기서 욕 나오게 공감 갔던 에피 중 하나가 '스튜던트 메이커'였다.
한참 유행하던 미연시(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인 프린세스 메이커를 패러디한 제목으로 에피소드의 내용은 게임 스타일로 3년간 학생들을 육성하는 것이었다. 주인공인 신샒은 3년간 개고생헤서 학생들을 무사히 졸업시키는 데 성공한다.
드디어 게임이 끝났구나 하고 마우스를 내려놓으려는데 게임에서 질문 하나가 등장했다.
"새로운 1학년이 입학했습니다. 게임을 계속하시겠습니까?"
신샒은 얼굴을 감싸 쥐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한 번 입학해서 졸업을 시키면 또 새로운 학년이 계속 입학하는 끝나지 않는 굴레. 그 부분을 너무도 센스 있게 표현해서 몹시 인상적이었다.
뜬금없이 스쿨 홀릭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같은 맥락에서 읽히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대사 한 마디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서다. 아마도 안은영의 마지막 일갈 한 마디가 이 작픔을 관통하는 최고의 명대사가 아닐까.